[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승리가 확실시 되자 만세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승리가 확실시 되자 만세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3 

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선 사실상 석권
보수성향 강한 경기·부산·경남도 차지
지방정부 장악으로 ‘문재인 정부’ 뒷받침
野의 ‘정권 심판’ 프레임 통하지 않았다
한국당·바른미래당, 책임론·내홍 불가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정부 첫 전국단위 선거였던 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에 따라 여당은 독주체제를 굳히게 됐으나, 야당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전날 13일 치러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4곳에서 승리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에선 11곳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전국을 평정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경기도와 부산, 경남도 차지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1년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완승하면서 지난해 정권교체에 이어 지방권력 교체까지도 이뤄냈다. 특히 지방 정부를 장악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하게 됐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해진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부인 강난희 씨가 13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꽃다발을 전달한 관계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3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해진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부인 강난희 씨가 13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꽃다발을 전달한 관계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3

야당의 ‘정권 심판’ 프레임은 통하지 않았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하면서 집권여당의 패배로 이어졌던 공식은 이번에 적용되지 않았다. 집권여당은 결국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쥐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구를 석권하면서 민주당은 제1당 지위를 굳건히 지키면서 원내 지형에서도 유리한 구도를 점하게 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개표종합상황판에 당선 확정 스티커를 부착하면서 “이번 선거는 평화와 경제, 민생의 손을 들어주신 것”이라면서 “그 뜻을 가슴깊이 잘 새기면서 겸손하게 무거운 책임감으로 민주당 집권당으로 충실히 과제 잘 수행하겠다”고 했다.

잔치집인 여당과 달리 야당은 그야말로 ‘쪽박’을 차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나, 시도지사는 물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바른미래당은 선거 패배 책임론과 향후 당권 쟁취를 둘러싼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게 됐다. 나아가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정계개편 움직임도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13일 제7회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참패가 유력시 되자 전·현직 국회의원이 포함된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이 서울 여의도 한국당사 개표 상황실에서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3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13일 제7회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참패가 유력시 되자 전·현직 국회의원이 포함된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이 서울 여의도 한국당사 개표 상황실에서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3

지난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마저도 완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당은 한동안 내홍에 시달릴 전망이다. 당장 홍준표 대표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된 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은 출구 조사 발표 직후 홍 대표와 당 지도부의 총사퇴와 당 재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홍 대표에 대해 “당권농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당의 전통과 규정을 무시하며, 1인 독재체제를 구축했다”며 “바른 소리하는 당협위원장들의 당원권을 정지시키거나 제명하는 등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전횡을 저질렀다”고 강력 비판했다. 

홍 대표는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문구를 올렸다. 이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써놓은 영어 문구를 인용한 것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한다면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표 결과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그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6.13지방선거 투표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 결과에 대한 입장과 더불어 자신의 거취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직 사퇴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홍 대표와 당 지도부가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할 경우 한국당은 조기 전당대회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향후 선거 패배 책임론과 차기 당권을 둘러싼 내홍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친홍(친홍준표)과 비홍(비홍준표) 등 당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역시 깊은 내홍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은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 전패하면서 보수 적자 경쟁에서 밀렸고, 서울시장 선거마저 3위에 그치면서 대권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됐다.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다. 

내부적으론 선거 패배 책임론과 함께 내부 갈등에 직면했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공동대표 간 갈등을 빚었던 점에 비춰보면 앞으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도 크다. 최악의 경우 바른미래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보수진영이 일부 선전하더라도 정계개편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남 일부 지역으로 입지가 축소된 상태로는 2020년 총선 자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야권이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바른미래당 내부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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