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과 부인 이혜주씨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에 설치된 한남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부인 이혜주씨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에 설치된 한남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심사숙고해서 적절한 시기에 발표”

대법원장, 의견 수렴 절차 모두 마쳐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후속조치 방안을 고심 중인 김 대법원장은 이르면 이번 주 형사조치 여부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 수렴을 했으니 심사숙고해서 적절한 시기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후속조치를 결정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모두 마쳤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12일 오후 4시부터 6시 20분까지 대법원에서 12명의 대법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후속조치 방안을 논의했다.

대법관들은 이 자리에서 이번 의혹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후속대책을 놓고 여러 의견으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대해선 신중론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등이 의혹 관련자를 고소·고발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법부 차원의 추가 검찰 고발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직접 의혹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거나, 사법부 차원의 자체 해결을 위해 검찰 수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이 제시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대법원장은 그동안 사법발전위원회와 전국법원장 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

전국 법원의 대표판사 115명은 지난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수사 촉구나 수사 협조 문구는 빠졌지만,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법관대표회의는 “이미 고소·고발이 진행 중”이라며 “대법원장이 직접 형사고발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장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법원장들은 지난 7일 간담회를 열고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 대법원장은 지난 5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사법발전위)’와 긴급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선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1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1

법원 내에선 검찰 수사를 두고선 찬반으로 갈린 상황이다. 배석·단독 판사 등 비교적 젊은 판사들은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견 법관은 검찰 수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로선 김 대법원장이 어떤 결단을 내리든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자체 해결이란 결론을 내릴 경우, 법원 구성원의 반발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사태를 비판해 왔던 시민단체와 소장판사들의 반발까지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이 검찰 고발이란 카드를 꺼낸다면, 사법부를 향한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중견판사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는데다, 검찰이 구속영장·압수수색 청구를 한다면, 이를 법원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편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35기, 판사)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대법원장께서 통상적인 법관 징계나 비위 사안처럼 법대로 적절한 주체를 찾아 그 주체를 통해 통상 절차에 따라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위원은 “근본적으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형사소송법상 고발 의무와 법관 윤리, 징계 관련 규정과 관행에 따라 고발 의무를 지는 경우 이를 행사하는 것은 오히려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라면서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고발하거나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것이라는 것은 ‘나 또는 내 동료 판사는 소신이 없어서 대법원장의 고발 시 재판할 때 눈치를 안볼 수 없다. 그러니 재판침해다’라는 류의 심각한 법관 관료화의 부끄러운 자기고백”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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