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연 가운데 양 정상이 함께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연 가운데 양 정상이 함께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서로를 조롱했던 두 정상이 마침내 얼굴을 맞대면서 북미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뉴욕타임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처음 마주한 역사적 순간을 외신들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렸다.

외신들은 무산 위기에 처했던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북미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합의 내용에 구체적 내용이 빠져있고 4.27 판문점선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로 정상회담을 알리자 세계 주요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서울역 등 한국 시민들의 반응을 담기 위한 외신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미국 CNN 방송 온라인판에서는 ‘악수로 정상회담이 시작됐다’라는 제목으로 북미 양측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을 반복 재생해 보여줬다. CNN은 두 정상이 개별 만남을 가진 미국과 북한의 최초 지도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대면 모습을 보도하며 ‘미북 관계에 새로운 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NYT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만남이 성사됐다”며 “세계 최대 핵 강국과 최고의 은둔 국가가 만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역사적인 정상회담 진행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과 미국이 수십년간 서로 적대행위 끝에 정상회담을 처음 개최했다”며 “미국·일본·중국·한국이 기대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끄는 과정의 첫 단계”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이 벅찬 분위기와 달리 합의문이 발표된 후 외신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온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던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미국이 거듭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이 언급되지 않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AFP 통신은 이번 성명에 미국의 ‘CVID’ 요구가 언급되지 않은 부분을 주목하면서 “좀 더 모호한 약속을 반복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CNN도 “이번 북미회담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다’는 김 위원장의 약속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그가 한 말을 되풀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과학자 연합의 수석 연구원인 아담 마운트은 이날 CNN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김정은 합의는 이전 합의들보다 약하다”고 평했다. 그는 “솔직히 핵 문제에 대해 이보다는 더 강력한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다우존스도 이번 합의문에 대해 “미국의 오랜 목표인 CVID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회담이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으며, 세부 사항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운트 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실패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양국 정상의 지속적인 교류와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이어진다면 성공적이었다고 여겨질 것”이라며 “만약 시간이 흘러 한국에 대한 위협을 줄이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북한 핵의 제한이라는 결과로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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