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박기복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1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박기복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1

5.18배경 영화, 김부선 김꽃비 주연

시대 아픔·역사의식 있는 배우 선택

80년대 아우른 거대담론 담고 싶었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들의 얘기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김부선·김꽃비 주연의 5.18 배경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우연과 필연 속에 탄생했다.

영화제작은 박기복(55, 작가) 감독이 친구와 기울인 소주 한 잔에서 시작됐다. 2016년 5월, 박 감독의 친구가 술자리에서 ‘영화 한 편 제작하는데 얼마가 드는지’ 물었다.

박 감독은 “영화는 1000원으로도 만들 수 있다”며 돈이 아닌 의지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친구가 “그럼 당장 100만원 보내줄 테니 네가 만들고 싶었던 5.18 영화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다음날 박 감독 계좌로 정말 100만원이 입금됐다. 그 때만해도 덜컥 받은 100만원이 가져올 파장을 박 감독은 알지 못했다.

박 감독은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심정으로 5.18 전야제를 스케치하러 광주로 향했다. 다큐를 간단히 제작해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광주에 도착한 날 박 감독이 촬영하는 모습을 본 한 기자가 ‘뭘 찍는지’ 물었다. 박 감독은 별 생각 없이 응수했다. “5.18 영화 찍는다.”

다음날 아침 ‘5.18 영화가 드디어 나온다’는 뉴스가 인터넷을 도배했다. 일은 날로 커졌다. 이번엔 출연배우 선발 공지를 하자 전국에서 무려 780여명이 몰려왔다. 지역에서 10명쯤 오디션에 응할 줄 알았던 박 감독은 화순시청 강당을 빌려야 했다. 그렇게 박 감독의 계획과 무관한 우연과 필연이 겹쳤지만 제작비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스토리펀딩과 크고 작은 투자자들의 참여로 2016년 드디어 영화가 크랭크인했다. 그렇게 제작 2년 만에 지난 5월 개봉한 곡절 많은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요즘 주연 ‘김부선’씨 때문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9일 서울 용산구 본지 사무실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그는 김부선씨 발탁 이유로 ‘정의감과 투사정신, 제주4.3사건에 희생된 가족사’를 꼽았다.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박기복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1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박기복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1

-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 가장 담고 싶었던 것은.

1980년대를 아우르는 거대담론을 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80년 5.18을 배경으로 만들었지만, 1980년 5월을 확장시켜 국가폭력에 희생된 광주 시민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의 얘기와 가족사를 담고 싶었다.

- 5.18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은.

전남 화순 출신이다. 5.18 당시 고3이었다. 내 기억으로 5.18은 일요일이었다. 화순에 살고 있었는데, 그날 옷과 가방을 사기 위해 광주로 나왔다 유동삼거리 병원계단에 대학생 남녀 7~8명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병원을 나와 17번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차창 밖으로 계엄군이 검문하는 모습이 보였다. 젊은이는 무조건 끌어내렸고 머리부터 가격했다. 기사가 정거장을 통과해 화순까지 내달려서 피해를 면할 수 있었지만 충격이었다. 작가가 되고선 언젠가는 5.18을 다루려고 생각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스틸컷.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1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스틸컷.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1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전 5.18 영화와 다른 점은.

애초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5.18을 재현하는 영화는 의미가 없었다. 꽃잎,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그리고 5.18다큐멘터리 등 훌륭한 영화들이 많은데 굳이 내가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다만 80년 5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다. 열린 공간으로서 영화, 영·호남이 함께하고 통일의 대업을 바라보는 영화,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에서 형사들을 피해 도망쳐온 법대생 철수(전수현 분)가 부산 사투리를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김부선·김꽃비를 주연으로 발탁한 이유는.

시대의 아픔과 역사의식을 느낄만한 배우가 누구겠는가 나름대로 고민했다. 정의롭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배우를 원했다. 때마침 김부선씨가 아파트 난방열사로 활약하며 송사에 시달린다는 내용을 접했다. 김부선씨는 제주 4.3항쟁으로 가족이 희생을 당한 아픈 상처도 있었다. 작품의 이해도와 감정 몰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꽃비씨 또한 인권문제와 여성사회 문제에 개념 있는 배우로 알려져 있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포스터. (제공: 무당벌레필름)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포스터. (제공: 무당벌레필름)

-배우 김부선씨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스캔들을 감독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진실게임 아니겠는가. 사건의 내막은 언론보도와 김부선씨에게 들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게임의 룰과 접근방법이 불공정하다. 여주인공을 두둔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진실공방을 보도하는 태도가 불공정한 게임 같다는 것이다. 김부선씨란 배우를 가십거리로 삼아 거대 권력의 들러리로 만드는 느낌이다.

이재명씨가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거의 주인공이라면, 김부선씨는 상영 중인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다. 내가 아는 김부선씨는 배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존감이 매우 강하다. 인격과 인권이 존중되고 대접받는 세상을 원할 뿐이다. 난방비 고소 건으로 복잡한 중에 80년 5월 머리에 총알을 맞은 뒤 극심한 정신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광주의 어머니 역에 선뜻 응했다. 정의감 때문이었고, 국가폭력에 짓밟힌 국민의 저항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봐진다. 배우로써 존중받아 마땅하다.

-5.18의 어두운 역사를 거두고 희망으로 나아가자는 견해가 있다.

맞다. 이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바로 그 지점이다. 그럼에도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국민을 향해 발포명령을 내린 자를 법이 심판대에 세우는 일이다. 역사적 ‘적폐청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발포명령자로 적시하고 있다. 더 이상 시간 끌 이유가 없다. 이미 모든 역사적 상황과 수사 기록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결국 전두환을 비롯한 당시 신군부의 범죄 사실 입증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마지막까지 영화 마무리 잘하고 매듭을 잘 짓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없다. 현재 몇몇 극장과 가정 내 IPTV와 케이블 TV, 다양한 모바일 채널을 통해 시청 할 수 있다. 힘들게 세상에 나온 만큼 많이 봐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포스터. (제공: 무당벌레필름)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포스터. (제공: 무당벌레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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