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22일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한(日韓)시민공동선언대회'를 열고 일본 정부에 강제병합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강제징용자와 일본군 위안부 등에 대해 사죄.보상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도쿄시내 도시마(豊島) 공회당에서 일본의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동선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사죄 담화가 한일병합의 불법성이라는 핵심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 행사의 일본측 실행위원회 공동대표인 이토 나리히코(伊藤成彦) 주오(中央)대 명예교수는 "간 총리가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했지만 '병합조약이 국제법에 반하는 불법.부당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 총리가 '식민지지배가 한국인들에게 가져다준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밝혔지만 병합조약의 강제성과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허언에 불과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의 한국 측 실행위원회 상임대표인 역사학자 이이화 씨는 "간 총리의 담화는 병합의 불법성은 물론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원폭 피해자 등 현안의 진상규명과 배상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이들 문제를 입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사표명도 없었던 만큼 실제 아무것도 진전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한국과 새로운 100년 역사를 구축하려면 무엇보다도 지난 100년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직시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면서 "식민지주의를 청산하는 것은 누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거듭했으나 식민지지배를 가져온 강제병합의 불법성과 무효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보상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날 행사는 기조강연과 피해당사자 증언, 음악회, '일한시민공동선언', 행동계획 발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일본의 15개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한국 측 인사 등 1천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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