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단둥 주민들 "농경지 대부분 침수, 저층 살림집도 물난리"

(선양=연합뉴스)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내린 폭우로 압록강 하류가 범람하면서 북한의 신의주가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 보고 있는 중국 단둥(丹東) 주민들에 따르면 압록강 범람으로 신의주 지역 저지대 농경지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살림집 상당수가 침수됐다.

단둥의 한 주민은 "압록강이 범람한 21일 오전 신의주 일대 농경지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신의주 시내 저층 살림집들도 1-2층이 침수된 것이 망원경으로 관측됐다"며 "압록강의 섬인 위화도를 비롯해 북한의 섬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깊이 잠겼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압록강 물이 급속히 불어난 지난 20일 밤 신의주 일대 불이 환하게 밝혀 있었다"며 "범람을 우려해 저지대 주민들을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시켰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번 폭우로 단둥 지역 저지대가 대부분 물에 잠겼는데 신의주는 단둥보다 지대가 훨씬 낮은 데다 수방 시설도 허술해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민들은 압록강 섬 가운데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꼽히는 황금평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리는 등 압록강변 농경지 대부분이 이번 폭우로 침수돼 북한의 농산물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21일 0시부터 오전 9시 사이에 300㎜의 폭우가 쏟아져 압록강이 범람, 신의주 일대 살림집과 공공건물, 농경지가 100% 침수됐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령'으로 수십 대의 비행기와 함정이 동원돼 5천여명이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21일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수해상황을 당일 보도한 것은 매우 신속하고 이례적인 것이다.

압록강 수위는 지난 21일 오후부터 비가 잦아들면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단둥의 한 주민은 "압록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물에 잠겼던 강변 공원과 도로가 22일 오전 제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둥 공안 당국은 여전히 통제선을 설치, 주민들의 압록강 접근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

한편 56개 대북 인도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회장 박종철)는 다음주 중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측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을 만나 최근 잇딴 수해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애초 22-23일 접촉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민화협이 내부사정으로 일정을 늦출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