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이영호 센터장.

“가정이 건강한 사회 만드는 것이 목표”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작은 것에 너무 감사하고 작은 일에 금방 슬퍼한다.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에도 굉장히 감사한다. 좋은 일, 안 좋은 일 모두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불교는 나의 인생의 전부다. 어머니가 불자였고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통해 불교와 친숙해 졌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조계사를 간 것이 이내 불교와 인연이 됐다.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한부모 가정을 돕고 있는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센터)’ 이영호 센터장을 만났다.

♦불교와의 인연

그는 고등학교 시절 조계사 중·고등부를 다녔다. 그는 유난히도 자신을 예뻐했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심할 때 조계사를 다녔다. 조계사를 다니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전국 중·고등부 간부수련회를 갔었는데 그때 무진장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은 그를 포함해 몇 명을 따로 불러 설법을 전해줬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무진장스님이 ‘여러분들은 리더가 될 사람이다.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고 말하자 어떤 학생이 질문을 스님에게 던졌다”며 “‘스님, 불교에서는 물질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데, 돈을 많이 벌라는 것은 물질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스님은 ‘이 빌어먹을 놈아. 돈을 벌어 안 쓰고 갖고 있는 것이 집착하는 것이고, 돈을 잘 쓰는 것은 집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 때 무진장스님의 말이 이영호 센터장에게는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었다고 한다. 그 후 이 센터장은 불교가 생활불교라는 것을 알았다.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라’ ‘물질도 중요한 것이다’ ‘남을 위해 살라’ ‘끊임없이 배워라’ 등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것이 불교라는 것을 이 센터장은 깨달았던 것이다.

이 센터장은 가정학 전문가로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가정학에서는 집중연구대상이 가정생활이다. 가정생활 속에서 불교를 연결하려는 것, 그 씨앗이 고등학교 시절 불교를 접하면서 형성됐던 것이다. 이 센터장은 가정생활 자체가 수행의 도량이고 가족이 함께 도를 닦는 도반이라는 생각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정직하고 친절하게 하는 것이 불법의 실천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한마디로 불교의 가르침은 ‘배움’이라고 정의했다. ‘배운다’라는 것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가르친다. 부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그는 끊임없이 배우며 일하고 있다. 특별히 존경하거나 영향을 받은 스님이 있냐고 묻자 이 센터장은 “무진장스님으로부터는 과학적인 설명을 많이 들었고, 궁금해 하거나 고민할 때 책을 넌지시 주셨으며, 여행을 가셨을 때는 가정학 관련 책을 사다 주셨다”며 “끊임없이 공부하라 자극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인 퇴휴스님과의 인연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일반인과 소통을 잘하고, 매사에 계획적이며 일의 절차를 객관적으로 잘 처리하는 스님으로 존경한다고 했다.

♦가정이 건강한 사회 만들고자

센터장에 선발된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묻자 이영호 센터장은 “가정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건강한 가정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노력했다”며 “나는 다문화와 한부모 가정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료가 빈약한 것을 알았다. 내가 다문화와 한부모 가정의 청사진을 찾아보는데 청사진이 없었다. 내가 청사진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한 것이 좋은 이미지를 준 것 같고, 가정학을 전공했으며, 중랑구에서 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의 경력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족이란 미혼모·이혼·사별로 홀로 자녀를 키우는 가정을 말하며,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키우는 경우도 포함된다. 센터에서 하는 일을 묻자 그는 “한부모가족이 자립,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물질·정보·자조모임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자조모임이란 마음에 맞는 한부모들끼리 품앗이하는 네트워크로 한부모가족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를 통해 미혼모나 이혼가정의 시각을 바꿔주는 모임으로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이 센터장은 밝혔다..

♦실질적 도움 준다고 생각될 때 보람

센터장으로서 보람을 묻자 그는 “중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많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지만, 현재는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일을 하므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집중해서 찾아내고,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성취감이 있다”며 “미혼모 대안교육인 ‘캥거루 교육’의 성과가 좋다”고 답했다. 캥거루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미혼모가 아이를 안고 오는 모습이 마치 캥거루가 앞주머니에 아기 캥거루를 넣고 다니는 모습과 비슷해 붙인 것이며, 캥거루는 뒤로 못 뛰고 앞으로만 뛰며, 멀리 뛰는 도약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일 캥거루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 4명이 검정고시를 치렀다. 캥거루 교육을 통해 자신감 없던 미혼모들이 자신감을 얻었으며 표정도 밝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혼모 가정의 아이들이 잘 웃지 않는데 보육교사의 정성과 사랑으로 아기가 웃고 건강해질 때 눈물이 나도록 고맙고, 아기가 웃으면 마치 성은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이 센터장은 말한다. 한부모가 찾아와 고민을 스스로 털어놓고 얘기할 때도 큰 보람을 느낀다. 센터에서 하는 일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구나하고 느껴질 때 또한 보람을 느낀다. 한부모들은 센터를 ‘마중물’ ‘후시딘’ ‘화장실’이란 말로 표현한다. 그 이유는 마중물은 펌프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하고, 후시딘은 상처를 치료해주며, 화장실은 가지 않으려고 해도 안 갈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부모들은 센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직원들과 이영호 센터장.ⓒ천지일보(뉴스천지)

♦도움의 손길들

센터는 설립 1주년을 맞아 주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서울시 약사회에서는 취업을, 아산복지재단에서는 자립지원교육을, 서울시서부여성발전센터와는 교육과 취업을, 30대 초반의 여성사업가인 이 샘씨는 미혼모들에게 제빵교육과 취업지원을 약속했다. 이외에도 베네세코리아, 페어트레이드코리아그루, 지역 이웃들의 지원을 받아 한부모가족에게 연계하여, 한부모가족 모두가 행복한 서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이 센터장은 말하고 있다.

미혼모가정의 초점이 미혼모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쉽다는 이 센터장은 “미혼모가 발생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남성에 대한 문제점 제기는 없다”며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사고와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고, 미혼모를 예방할 수 있는 청소년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우리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 그 가운데는 미혼모 출산을 도와 줄 수 있는 멘토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미혼모가 출산할 때는 도와 줄 사람이 없다. 미혼모 출산과 양육을 돕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고 생명을 준비하는 것이다. 미혼모 출산을 돕는 멘토양성 프로그램이 절실한 까닭은 이 때문이다.

끝으로 이 센터장은 “한부모가정을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한 가정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미혼모는 생명을 지키고 책임을 지려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이 사회가 알아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혼모도 감추고 숨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밝은 사례를 많이 만들어 밖으로 드러내고 이슈화시켜 이 사회가 공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영호 센터장 약력

-성균관대학교 가정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업, 가정학 박사 학위 취득-前 서울시 중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
-現 서울특별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센터장
-現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회 조정위원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부 겸임교수 역임
-불교여성개발원 상임위원 역임
-가정의 날 기념 ‘건강가족육성 유공자 국무총리표창’

▲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홍보대사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이영호 센터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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