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지방선거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선거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다. 막바지에 이르다보니 정당과 후보자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겠지만 여야 간 정책선거의 뜨거운 설전과 국민 관심도가 인천지역을 향하고 있는바 ‘지역 비하 발언’이라는 이상기류를 만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번 선거가 여당이 예상 밖 독주 흐름을 타면서 야당의 추격이 힘겨운 판에, 자유한국당 의원의 ‘인천·부천 비하’ 발언이 도화선이 돼 6.13지방선거에서 민심이 출렁이고 있으니 그 파장이 몰고 올 영향은 전체 선거판을 지배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이 구설에 올라 지난 8일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제1야당의 입 구실을 하는 정치인이라면 응당 명확한 근거로 정부·여당의 국정 실정의 정곡을 찔러야 하건만 그보다는 국민을 이간질시키고 특정지역에 대한 비하 발언을 했으니 대단히 잘못된 처사다. 설령 그 말이 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를 돕기 위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대악수를 뜬 것은 사실이다. 정당 대변인이 국민이 즐겨 시청하는 방송에 나와서 ‘인천·부천 비하 발언’을 하는 등 성숙되지 못한 태도는 인천지역 시민뿐만 아니라 국민의 질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 발단은 지난 7일 YTN 생방송 뉴스에 패널로 출연한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과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 간 패널 논쟁에 비롯됐다. 민주당 대변인은 인천이 실업률 1위, 가계부채 1위 등 지역사정이 핍박해지고 낙후된 게 결국 한국당 소속 유정복 시장이 시정을 잘못 이끈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투로 선제공격 했던바, 유 시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정부와 대통령이 많이 밀어줬을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인천 시민의 삶이 힘든 원인을 유 시장의 실정임을 지적한 가운데 정 의원이 “그렇지 않다”는 항변에서 엉뚱하게 말이 나온 것이다.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데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는 이 말은 인천시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여당의 빌미를 잡아 제1야당을 공격하는 계기가 됐다. ‘이부망천’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고, 사회로 급속이 퍼져나가면서 정태옥 의원이 대변인 직을 사퇴하고 사과에 나섰지만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 단체에서 비난이 빗발치는 현실이다.  

정태옥 의원은 인천을 잘 아는 인천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고시 출신인 그가 서울시 서초구에 근무하던 중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3월 청와대에서 선임행정관을 지냈고, 2010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인천시 공직 서열 제3위의 자리인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그 후 대구 행정부시장을 거쳐 20대 총선 당시 대구북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이다. 정 의원은 그의 공직 출세 가도의 계기가 된 2년 9개월간 값진 인천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작 한 말은 인천의 어두운 그림자를 동네방네 떠든 격이 되고 말았다. 

‘지방에서 생활이 어려워서 올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서울로 오고, 그런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지방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 인천으로 오기 때문에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 외에도 이혼율이 인천이 가장 높다’고 한 정 의원의 근거 없는 말은 어디 가당키나 한가? 정치인이 생방송에 나가 할 말, 해서는 안될 말을 잘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은 정치도리요,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 아니겠는가.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결국 300만 인천시민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대한민국의 미래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인천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 의원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 선거가 뚜렷한 지방 이슈가 없는데다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지는 6.12북미정상회담 진행 등으로 정부·여당의 정치적 입지가 점차 강화되면서 일부에서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도는 터에, 정 의원의 ‘인천·부천 비난 발언’은 6.13지방선거 막바지에서 최대의 논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 발언이 있자 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는 책임을 한국당 유정복 후보에게 물었고, 유 후보는 정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하라” 요구하고 나기도 했다. 또 민주당에서는 “한국당은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공격 고삐를 조이는 가운데 시민단체에서는 정 의원을 고발하는 등 인천지역 전체가 술렁이면서 후폭풍이 엄청나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정 의원의 지역 비난 발언은 한마디로 한심하다. 경박한 이 말로 인해 인천시민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대한민국 제2의 경제도시로 발돋움한 인천시가 명예 손상을 입었다. 자신과 소속한 정당 후보가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스스럼없이 들먹거린 정태옥 의원은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 뜻조차 잘 모를 테니, 과연 이 땅의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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