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6월 12일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아베 총리가 돌출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은 6자회담 당사국들이고, 이들은 동아시아의 주요 구성 국가들이기에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혹시나 자기 나라가 소외되지 않을까 내심 신경을 곤두 세워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독 아베 총리의 행보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재선돼 총리직 3연임을 노리고 있으나, 아베 총리를 간사장과 관방장관 등에 중용하면서 스타 정치인으로 키워 낸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전 총리는 현 국회가 끝나는 6월이면 아베 총리는 사퇴하게 될 것이라고 그를 비판하고 있다. 더군다나 아베 총리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친구인 가케(加計)학원 이사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가케학원 스캔들에, 그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모리토모(森友)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이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등 2개 사학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극적인 정치적 반전을 통해 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 그 돌파구를 납북 일본인 피해자 해결과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할을 찾는 데 두고 있는 듯하다. 납북 일본인 피해자 문제는 2002년 북일정상회담에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3명을 일본인 납북자로 인정하면서, 이 중 8명이 숨지고 5명이 일본에 송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8명 중 한 명인 요코타 메구미씨의 유해가 유전자 감식결과 가짜라며 그녀는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고, 납치자도 13명이 아니라 17명이라고 상이한 주장을 펴면서 추가적인 4명도 송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02년 김정일 위원장이 납북문제를 직접 사과했으며, 납북 피해자는 13명뿐이고 생존한 사람은 북한에 더 이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와 일본에 위협이 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문제도 비핵화 의제에 포함시켜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달리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23번 통화했고, 7번 만남으로써 일본 언론으로부터 미국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납북 일본인 피해자가 추가로 있다면 송환에 반대할 이유는 없겠지만, 일본이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 노동자 100만명 이상을 강제징집하고, 그들이 운영한 20만여명의 일본군위안부에 대해서는 진정한 사과도 없으면서, 오직 자국인 납북 피해자 문제만 국제 이슈화 하려는 태도는 인권적인 측면이나 도리에도 맞지 않다. 

북한 측도 지난 5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일제가 조선인민에게 끼친 인적, 물질·문화적, 정신·도덕적 손실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통째로 바쳐도 배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우면서, “과거청산만이 일본의 미래를 담보할 뿐이다”라고 항변했다. 지난번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때에도, 아베 총리는 “유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며 내심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재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부랴부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가 다시 납북 일본인 피해자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 아베 총리의 그러한 행보는 성숙한 지도자답지 못해 보인다. 아베 총리는 자국의 납치 피해자 문제를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를 다루는 북미정상회담 의제에 끼어 넣으려 하지 말고, 자신이 직접 북일정상회담을 통해서 그 해답을 찾으려는 외교노력을 기울려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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