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1947년 나온 박태원의 <중등문범>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창조보다 ‘정리’가 더 중요하다는 직언을 그대로 실천한 서적이기 때문이다. 책은 국내 유명작가들의 주옥같은 글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엮어 학생과 직장인의 문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

책을 내면서 박태원은 같은 주제의 글끼리 엮었다. 가령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해 쓴 문장을 제1~4장까지 배열해 놓음으로써 문학적 표현을 보다 쉽게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민병덕(전 한국출판학회 회장) 문학 박사가 엮은 <문장모범>은 <중등문범>의 효율적인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는 한편, 대폭 확장된 문장들을 싣고 있다. 특히 <중등문범>에 수록된 문장이 묘사적인 산문 위주로만 구성됐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장모범>은 다양한 문학 장르를 골고루 담고 있다.

민 박사는 문장 선정 범위에 대해 “오랫동안 우리 문단과 사회에서 활동한 문인들의 문장을 중심으로, 이 시기에 활동한 근현대 문인들을 가급적 총망라해 대표적인 문장을 각 한 편 이상씩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민 박사의 말처럼 책에는 현진건 한설야 이상화 방정환 이육사 채만식 김윤식 등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작가들의 문장을 놓치지 않고 전부 담아놓았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가들의 이름은 물론, 글을 쓰는 스타일, 묘사 형태 등을 학습할 수 있다.

작가들은 같은 계절을 바라보면서도 저마다 다른 감격을 창조한다. ‘봄’을 만끽하는 장덕조(광풍 著)는 “옛적 이 땅에 살던 아름다운 귀인들의 혼이 재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던 것을 기억한다”고 노래하고, 모윤숙(렌의 애가 著)은 자라나는 나무를 바라보며 “수목이 신(神)의 진실을 흡수하고 생명의 부활을 활발히 공작한다”는 글을 남긴다.

책의 1부는 제1장-봄, 제2장-여름, 제3장-가을, 제4장-겨울, 제5장-서울근교, 제6장-명승, 제7장-우리강산, 제8장-고향, 제9장-화초, 제10장-어린 시절, 제11장-재해, 제12장-인생으로 구성됐다. 2부에선 거리 길 공원 기차 산책 등산 등을 주제로 쓴 글을 수록했다.

민병덕 엮음 / 정산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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