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8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8 

종단 핵심 3원장 설정·현응·지홍스님 의혹 부정… 법정다툼 중
“불투명한 문화·의사결정 문제… 투명성 높여 부패 방지·차단”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7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온 한국불교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여러 의혹과 성추문이 공중파 방송을 타며 불교계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 대한 신뢰도 추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 ‘PD수첩’이 지난달 두 번에 걸쳐 내보낸 ‘큰스님께 묻습니다 1·2편’이 조계종을 뒤흔들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교육원장 현응스님을 둘러싼 은처자, 학력 위조, 사유재산, 성폭력 등의 의혹들이 제기됐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이상이 불륜 관계에서 오갔다는 의혹까지 나온 실정이다. 최근에는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 마저 여신도 성추행 논란이 불거져 불광사 회주(모임을 이끌어 가는 승려)자리에서 물러났다.

소위 조계종 3원장 모두가 불미스런 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종단 역사 이래 처음이다. 3원장 스님은 불교계 내에서 덕망이 높아 불자들에게 큰스님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설정스님은 조계종개혁회의 법제위원장, 중앙종회의장, 덕숭총림 방장, 원로회의 의원 등 이력이 화려하다. 전임 집행부에서 교육원장 자리에 오른 현응스님은 현 집행부까지 10년 가까이 종단의 승가 교육의 모든 책임을 맡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국회격) 최대계파인 불교광장의 회장을 역임한 지홍스님도 2016년부터 포교원장을 맡고 있어, 종단 정치와 행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현직 집행부의 중심에서 종단을 이끈 3원장 스님이 갖가지 의혹들로 난처한 입장에 놓여 있다. 수십 년간 불도(佛道)를 닦으며 쌓아온 덕망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혹들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개인의 일탈로 끝날 것이 아니라 조계종단 전체 나아가 불교계에 미칠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조계종 최고 어른인 종정 진제스님은 속히 의혹을 풀어 청정종단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설정·현응·지홍스님은 제기된 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특히 불교 오계(五戒, 불자가 지켜야 할 5가지 계율) 중 하나로 알려진 성폭력 즉 바라이죄는 절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바라이죄는 불가 승단(종단)에서 떠나야 하는 무거운 죄다. 비구이든 비구니이든 이 계율을 어기면 승복을 벗고 산사에서 쫓겨난다. 파계승이 돼 더는 산사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설정스님과 현응스님은 자신의 결백을 해명하기 위해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진실공방은 법정에서 다뤄지게 됐다.

국민과 불자들이 바라보는 조계종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년(2005~2015년 통계청) 사이 불자 인구가 약 300만명(1058만명→761만명)이 감소했다. 출가하는 예비 승려들도 줄어드는 추세다. 종단 안팎에서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종교계 내에서 돈 문제나 성추행 등에 관한 의혹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불투명한 문화’가 꼽혔다. 김선택 종교투명성센터 상임공동대표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종교단체는 다른 조직보다 불투명한 문화와 의사 결정이 이어져왔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며 “불투명하게 의사를 결정하고 돈을 쓴다면 국민의 신뢰는 계속 떨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 종교는 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부패나 안 좋은 모습을 끊고 거듭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게 투명성이다”며 “불교에서 잡음이 나오는 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깨끗하게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는 투명성에서 온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등 현 집행부가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과 부패방지 대책, 나아가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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