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고기록, 현재 진행형 韓축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신태용호는 한국의 총 10번째이자 9회 연속으로 무대를 밟을 날을 앞두고 있다.

9회 연속 출전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기록이고, 세계에서도 브라질(21회)·독일(17회)·이탈리아(14회, 러시아월드컵 탈락)·아르헨티나(12회)·스페인(11회)에 이어 6번째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록은 앞선 국가들에 비해 가치에서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국은 세계의 높은 벽속에서 좌절을 맛보면서도 차례차례 기록을 쌓아온 결과, 월드컵에서는 아무도 약체로 생각할 수 없는 대상이 됐다. 비록 지난 브라질대회에서 1무 2패로 2000년대 들어 최악의 성적을 거뒀지만 한국축구는 러시아에서 다시금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최초의 도전… 참혹한 결과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이 헝가리의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 분전했으나 0-9 참패를 당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이 헝가리의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 분전했으나 0-9 참패를 당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한국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험난한 도전이 시작된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당시 일본과 첫 한일전이자 최종예선을 치른 한국 선수들은 전 이승만 대통령의 “일본에 지면 현해탄에 몸을 던지라”는 말로 인해 필사의 각오로 뛰어 일본을 꺾고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결과는 참혹했다. 헝가리에게 0-9, 터키에 0-7로 참패한 것. 헝가리전은 아직도 본선 최다골차로 남아있는 치욕적인 기록이다. 참담함에 의욕을 잃은 한국은 결국 나머지 독일(서독)과의 경기를 기권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가능성과 좌절 반복

참패를 맛본 후 충격이 컸던지 한국이 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는 데는 무려 32년이 걸렸다. 번번이 호주에게 덜미를 잡혀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던 한국은 분데스리가 갈색폭격기 차범근과 네덜란드 해외파 허정무 등을 앞세워 1986년 32년 만에 출전권을 따낸다. 한국은 첫 경기 아르헨티나에게 1-3으로 패했지만, 0-3으로 뒤진 후반 중반 박창선이 25m에서 중거리슛을 터트려 사상 첫 골의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 2차전 불가리아 경기는 김종부의 골로 1-1로 아쉽게 비겼지만 첫 승점을 달성했고, 마지막 이탈리아 경기는 최순호와 허정무의 골로 2-3으로 패했지만 3회 우승팀을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3차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최순호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1986년 멕시코월드컵 3차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최순호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죽음의 조에서 대선전을 펼친 한국은 주목을 받았고, 1990년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무패로 2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게 되자 복병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3전 전패를 당하며 세계의 높은 벽만을 절감하고 대회를 마치게 된다. 벨기에에 0-2, 스페인에 1-3, 우루과이에 0-1로 각각 무릎을 꿇고 만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황보관이 스페인전에서 넣은 시속 114㎞ 속도의 강한 캐넌 프리킥 골이 대회 ‘5대 베스트골’에 뽑힌 것이었다.

◆도하의 기적과 감독 경질

1994년 미국월드컵에 앞서 한국은 ‘도하의 기적’을 맛본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막판 사우디와 일본에게 밀려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이라크가 종료휘슬을 불기 바로 직전 일본을 상대로 동점골을 터트려주면서 극적으로 월드컵행에 오르는 행운을 얻는다. 일본이 이라크를 그대로 이겼다면 한국의 월드컵 진출은 물거품이 될 뻔했기에 지금까지도 가장 회자되고 있는 극적인 장면이다.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은 다시 만난 스페인을 상대로 후반 종료 6분 전까지 0-2로 지고 있다가 홍명보와 서정원의 연속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한국은 2차전 볼리비아를 상대로 수차례의 득점찬스를 무산시키며 0-0 무승부를 거뒀다. 독일과의 최종전은 0-3으로 지고 있다가 후반 황선홍과 홍명보가 연속골을 넣어 추격하는 저력을 보였으나 아쉽게 2-3으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무 1패를 거둔 미국월드컵은 한일월드컵 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대회였다.

1994년 미국월드컵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트린 서정원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1994년 미국월드컵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트린 서정원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미국월드컵을 발판으로 1998년 첫 16강에 다시 도전한 한국은 1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하석주가 전반 28분 선제골을 넣었다. 사상 첫 선제골이었던 것.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하석주가 2분 만에 상대 선수에게 백태클을 하다가 경고 없이 바로 퇴장 당하고 만다. 수적 열세에 몰린 한국은 1-3으로 역전패했고, 네덜란드전에서는 0-5 참패를 당해 현지에서 차범근 감독이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는다. 어수선한 상황서 치른 벨기에와 최종전은 이임생의 부상투혼과 유상철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두고 4년 후를 기약한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트린 유상철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트린 유상철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4강 신화와 원정 첫 승리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황선홍이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황선홍이 기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일본과 공동개최한 한일월드컵에서는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이자 직전 대회에서 우리에게 0-5 참패를 안긴 장본인이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앞세워 4강 신화를 달성한다.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를 상대로 황선홍과 유상철이 골을 넣으며 2-0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미국전은 안정환의 골로 1-1, 포르투갈전은 박지성의 골로 1-0 승리를 거둬 2승 1무 조1위의 성적으로 월드컵 첫 16강의 목표를 이뤄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고,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히딩크 매직을 발휘한다. 이탈리아에게 0-1로 지고 있는 후반 수비수 3명을 모두 공격수로 교체하고 2-3-5라는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내세우는 무리수를 뒀다. 결국 종료를 앞두고 설기현이 극적 동점골을 넣었고, 이어진 연장전에서는 안정환의 골든골로 8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8강에서도 최강 스페인을 만나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이운재의 선방으로 4강에 진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4강전 독일에 0-1, 3-4위전 터키에 2-3으로 패했지만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6년 독일월드컵은 직전 대회에서 4강 신화는 달성했지만 끊이지 않는 판정시비로 인해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16강 진출이 필요한 대회였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내세운 한국은 1차전 토고를 상대로 이천수와 안정환의 골로 1-2 역전승을 거두며 원정 첫 승리의 기염을 토했다. 프랑스와 2차전에서도 후반 35분 박지성의 골로 1-1 무승부를 만들며 16강 진출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그러나 득실차에서 밀려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치른 스위스와 최종전은 편파판정까지 겹치며 0-2로 패해 울분을 삼켜야만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이천수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이천수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사진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7

◆원정 첫 16강, 그리고 브라질 참사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양박쌍용(박지성·박주영·이청용·기성용)’을 앞세워 원정 첫 16강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첫 경기 그리스전은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의 선제골과 박지성의 쐐기골로 3회 연속 월드컵 첫 경기 승리를 낚았다. 24년 만에 그라운드에서 감독으로 만난 허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시작된 아르헨티나와 맞대결은 1-4로 참패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은 선제골을 내줬으나 이정수의 ‘동방예의지국 골’과 박주영의 프리킥골로 쉽게 16강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김남일의 실책 이후 무리한 페널티킥 파울로 2-2 동점이 된 후 어렵게 점수를 잘 지켜 16강에 성공했다. 16강전은 비교적 수월한 상대로 꼽힌 우루과이를 만나 0-1로 뒤지다가 이청용의 동점골로 불씨를 살렸으나 수아레스에게 후반 종반 통한의 중거리슛 골을 내줘 1-2로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와 대결에서 주장 박지성이 돌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와 대결에서 주장 박지성이 돌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4 브라질대회는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수월한 조편성이라는 평가에도 이를 살리지 못한 채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의 추락을 지켜봐야 하는 씁쓸한 대회였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최초 동메달을 따내 지도자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던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선수 선발부터 출전까지 ‘의리 선발’ 논란을 불렀다.

러시아와 첫 경기에서 이근호가 골키퍼 실책에 따른 행운의 선제골을 넣었으나 아쉽게 이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줘 1-1 무승부를 거뒀다. 2차전 알제리와는 전반에만 무려 3골을 내주면서 2-4로 패했다. 한국축구가 조별리그에서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한 것은 1994년 독일전 이후 20년 만이었다. 벨기에와 최종전은 전반 초반 상대선수가 퇴장당하는 수적 우위에도 0-1로 패해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브라질대회는 2000년대 들어 열린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유일하게 단 1승도 못 거두는 참사로 기록됐다.

2014브라질월드컵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손흥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4브라질월드컵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손흥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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