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주목한 살아있는 中 대가 한메이린, 한국에 오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요즘 들어 예술은 그 경계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예술인 것도 없고 예술 아닌 것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일상과 예술, 예술 상호 간의 경계 허물기는 말보다 실천이 쉽지 않다. 20세기는 물론 지금도 여전히 동아시아 현대미술 역사에서 개별 장르들이 따로 경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동양전통에서 서화(書畫)는 한 몸이었지만 한국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완전히 분리돼 지금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메이린 세계순회전-서울’전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생존 화가 중 드물게 ‘대가(大師)’라고 불리는 한메이린 작가는 한국과 중국에서 보기 드물게 장르를 불문하고 전방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마스코트인 푸와(福娃)와 중국국제항공의 불타는 봉황 로고를 제작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82세인 그의 아들이 태어났고, 중국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내 마음속에는 시종일관 하나의 ‘철학 신념’이 있다. 마음을 비우면 100세까지 장수할 수 있고, 마음에 물어 부끄러운 바가 없으면 사는 것이 힘들지 않다”

그의 창작은 20세기 이후 중국의 발전 과정과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영향을 줬으며, 당대 중국의 예술을 대표하는 문화 이정표로 기억되고 있다. 그에게 예술 간의 경계나 벽은 없다. 조소와 도자예술, 회화, 서법(書法), 공예, 디자인 등 모든 예술영역이 하나로 통한다. 그는 평면과 입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철학을 실현해나간다.

한메이린 작가는 예술을 통해 평화와 다원화의 문화 세계관을 널리 보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인류사회가 함께 진선미(眞善美)를 건설하자는 위대한 이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창작은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예술의 공공서비스와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유네스코는 그의 노력을 인정해 ‘평화예술가’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과 주한중국문화원(원장 장중화)은 6일부터 7월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한메이린 세계순회전-서울’을 공동주최한다.

서울 전시회는 세계 순회전으로 4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처음 개최된다. 특히 지난해 한중수교 25주년 기념으로 개최된 ‘치바이스-목장에서 거장까지’의 성공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은 한국과 중국이 다시 협업해 마련돼 의미가 있다.

당초 한메이린 작가의 전시는 2020~2030년에나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가 한메이린 작가를 만나면서 전시가 앞당겨졌다. 한메이린의 작품과 전시 자료를 본 김 여사가 “이런 전시라면 빨리 열어 한국 청년들에게 좋은 작품들을 보게 하자”라고 말해 전시 준비에 탄력이 붙었다. 앞서 한메이린 작가는 김정숙 여사에게 자신이 디자인한 스카프를 선물하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는 이번 전시 개막에도 참석했다.

2016년 시작된 ‘세계순회전’은 한메이린의 ‘세계와 포옹’ ‘세계를 향한 거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이번 서울전의 키워드는 격정과 융화, 올림픽이다. 격정은 한메이린 창작 언어의 제련이고, 융화는 주제에 대한 해석이다. 올림픽은 올림픽조직위원회가 한메이린에게 수여한 쿠베르탱상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이자 얼마 전 성공적으로 개최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축하 메시지라는 게 예술의전당의 설명이다.

한메이린 작가는 세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평면, 자필 원고, 청동조각, 철공예, 도자기, 자사, 목조, 영상 뉴미디어 등 작품의 형식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전시 공간, 조명, 영상 배치, 감상 안내 시스템 등의 종합적인 효과를 결합한 풍부하고 다원화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구성은 구체적으로 ‘천(天)’ ‘지(地)’ ‘인(人)’ ‘예(藝)’ 등 네 개의 테마로 구분되며, 글씨, 그림, 조각, 조형물 등 3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한메이린 작가가 직접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학생들에게 ‘한메이린 워크샵(9일 14시)’이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 학생들과 만나 소통할 예정이다. 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16일, 23일, 30일, 7월 7일) 오후 2시 서예박물관 2층 로비에서 중국 한메이린예술관 소속 선생님이 진행하는 어린이 체험실‘이 운영된다. 또 관람객들은 매일 2~6시 사이에 서예박물관 2층 로비에서 직접 ‘천서(天書) 임모하기’ ‘암각화 임모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