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이 되면 세계 정상들이 이 작은 한반도, 그 중에서 서울로 몰려온다.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로 세계 30여 개국의 대표단 약 1만 5000여 명이 찾아온다. 이렇게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는 과연 어떤 성격의 회의인가. 과연 우리 정부는 물론 국민들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가.

우선 유엔 가입 192개국 중 경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20개국 정상들의 모임이며, 특히 이번 서울 모임은 아시아에선 최초라는 의미와 함께 그것도 세계경제선진국들의 좌장격이라는 점이 뜻 깊다.

이 회의를 통해선 국제경제와 금융질서는 물론 코펜하겐 기후회의에 대한 후속조치 등의 의제들이 집중 논의된다. 중요한 것은 각국의 자국에 대한 입장 대신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세계질서유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과 도움이 되자는 것이다. 결의된 의제는 구속력 대신 각국의 자발적인 참여로 실행에 옮겨지게 된다. 그야말로 글로벌시대에 꼭 필요하고 합당한 모임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데 있다.

이렇게 중차대한 국제회의를 앞두고 정부와 주최 측은 국민들에게 자발적인 동참과 높은 시민의식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도 스스로 다듬어가야 하듯, 우리나라의 국격 또한 우리 국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처럼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정부는 물론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하나의 성대한 요식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와 주최 측은 개최되는 세계선진정상회의의 목적과 비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인식해야 하며, 그 바탕위에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홍보하므로 회의의 목적과 의미를 공유한 상태에서 정부와 국민은 혼연일체로 실질적인 회의의 결과와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사실을 주문하고 싶다.

이 회의가 갖는 표면적 성격은 위에서 알아본 바다. 그리고 본연의 회의 내용에 충실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천운(天運)으로 찾아온 이 기회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함은 다른 데 있을 것이다.

즉,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을 알리는 길은 우리 선조들이 남겨준 문화와 전통 그리고 찬란한 역사일 것이다. 또 ‘코리아’ 하면 전쟁과 가난을 연상케 하는 지난날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일궈낸 눈부신 성장의 면면을 아낌없이 보이며 반전의 희열을 느끼려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것이 분명히 있다. 찬란한 역사와 문화도 좋다. 그리고 눈부신 성장도 좋다. 그러나 진실로 우리가 세계에 알려야 할 소중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찬란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 속에 깃든 우리의 생각이요 사상이요 정신이다.

일제가 강점하고 있던 시절 독일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는 선교차 조선을 찾았을 때 놀랐던 것이 있다. 세계를 돌며 그토록 찾았던 심성(心性) 속에 있는 신성(神聖)을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번거롭고 귀찮게만 여기는 전통과 풍습, 역사와 문화 속엔 태생적으로 타고난 모든 인류가 본받아야 할 기질과 사상과 정신이 살아 있는 민족이었음을 한눈에 알아 본 것이다.

그것은 찾고 찾았기에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문화말살정책에 의해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1, 2차에 걸쳐 전국을 돌며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영사기로 남겨진 ‘고요한 아침의 나라’다.

오늘날 우리가 그 시대를 생생하게 기록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독일의 한 신부가 있었기 때문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이기 위한 홍보가 되선 안 된다는 주문을 하고 싶은 것이다. 유구하고 찬란한 문화 속에 담긴 선조들의 혜안(慧眼)을, 그리고 모진 풍파에도 사라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의 숨결을 느끼고 깨닫게 해야 한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우리는 지구촌시대 즉, 글로벌시대의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민족 대한민국이 참으로 세계를 리드해 갈 만한 의식과 가치관과 정신을 가진 나라임을 당당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의 심벌이 ‘청사초롱과 동해의 태양’이다. 청사초롱은 길을 밝힌다는 의미다. 누구의 길을 밝히는가. 신랑의 길을 밝힌다는 전해오는 풍습과 같이 그 ‘신랑은 곧 주인’을 의미한다. 이 민족이 장차 온 세계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주인의 나라’임을 금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은 보고 듣고 깨달아 한 치의 의심 없이 자국에 돌아가, 대한민국이 장차 온 세계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빛의 나라요 민족이요 주인임을 알리고 선포하게 해야 할 것이다.

즉, 청사초롱의 사명을 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암울했던 지난 역사, 일제치하에서 또는 동족상잔의 참혹한 현실과 상흔(傷痕)에서 불과 5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분연히 일어섰고, 이제 세계를 책임질 만한 역량 있는 나라로 급부상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건국이념을 실로 실천에 옮겨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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