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도장은 본인이 틀림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도장임과 동시에 도장을 찍음으로 인해 훗날 발생할 어떠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까지 포함돼 있다.

한 국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도장 ‘국새’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바로 국가 중요문서에 찍는 도장 ‘국새’가 요즘 들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한창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국새는 2007년 제작된 대한민국 4대 국새다.

현재 사용 중인 국새는 지난 2007년 6월 첨단기술로 만든 기존의 국새에 금이 가자 정부가 전통방식으로 새로운 국새를 만들기로 하면서 제작한 것이다. 당시 제작은 600년 전통 제작 기술을 갖고 있다는 민홍규 씨가 맡아 6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국새를 공개할 당시부터 전통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문이 갈 만한 부분이 있었다.

민 씨는 새로운 국새를 음양오행설에 따라 주석 등 5개 금속으로 합금을 만들어 진흙 거푸집을 사용해 재래식 가마에서 구웠다고 주장했다. 만일 민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물을 담아 가마에 구운 거푸집이 쉽게 깨져야 하는데 2007년 12월 국새 제작 발표회 당시 ‘개물식’에서 공개된 거푸집은 수백 번을 내리쳐도 깨지지 않아 국새제작단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전통방식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최근에는 국새 제조에 들어간 금(金) 200돈의 행방이 묘연해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국세 주물을 담당한 장인 이창수 씨 등 일부 제작단원은 남은 금을 제작단장인 민 씨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국새 제작 후 남은 금을 이용해 14K 합금 도장을 만들어 민 씨에게 전달했고, 민 씨가 이 도장을 다수의 정관계 인사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인감도장인 ‘국새’를 그것도 600년 전통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며 자랑스러워했음에도 국새 제작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것에 관계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나라를 상징하는 ‘국새’를 만드는 중요한 작업을 거짓으로 임해 나라와 국민을 우롱하다니. 국격을 손상시키고 국민을 농락한 이번 사건은 민 씨의 거짓과 정부 관계자들의 근무태만이 가져온 예고된 사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민 씨의 행동은 오랜 세월 세상의 무관심과 고된 작업 속에서도 전통을 잇기 위해 힘겹게 살아온 진정한 장인(匠人)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진정으로 우리네 전통을 잇고 싶다면 숭고한 장인정신이 되살아나야 할 것이고, 정부 관계자들은 책상에서 일어나 현장으로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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