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4층 건물이 폭삭 주저앉았다. 다행히 휴일이라 문을 닫아 입주민 1명만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맛집으로 소문난 1~2층 식당이 평일처럼 문을 열었다면 그 시간 100~200명이 참사를 당할 수도 있었다고 하니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해당 건물은 지은 지 52년이 지나 붕괴 우려가 있다는 민원이 있었지만 주인이나 관계 공무원들은 안일했다. 

이런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생각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故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이다. 오는 8일은 포항제철 1고로 화입식이 진행된 지 45주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선조의 피 값인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건설하는 제철소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제철소를 건설했다. 특히 1977년 80% 정도 완성된 3기 설비가 공기지연으로 고전하고 있을 때도 발전 송풍 설비구조물 공사에서 부실이 발견되자 다이너마이트로 전체를 폭파한 일은 유명하다. 이런 박 회장의 안전제일주의는 지난해 포항 지진 때에도 빛을 발했다. 

그가 1986년 지은 포스텍 건물 35개동은 전혀 지진피해가 없었다. 오히려 1997년도에 지은 일부 건물 천정의 내장재가 피해를 입었다. 그는 31년 전 학교를 지으면서 강진에 견디는 1000년 갈 학교를 짓자고 했고, 그렇게 지었다. 

이번에 무너진 용산건물은 1966년에 지은 시멘트 벽돌 건물로 10년 전 서울시의 도시환경정비사업(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됐었다. 그럼에도 구청 측은 사고 전까지 위험시설물로 관리하지 않았다니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모든 재난은 항상 예고가 있다. 이를 미물도 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알려주는 신호마저 무시하다 참사를 방조한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서울시와 정부는 이제라도 노후건물 붕괴로 인한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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