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이천희 스틸. (제공: 스톱픽쳐스코리아)
‘데자뷰’ 이천희 스틸. (제공: 스톱픽쳐스코리아)

어느덧, 15년차… 연기 늘 어렵고 고민

“목공예는 취미생활일뿐 제 업은 배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데뷔 이후 액션과 코미디, 사극까지 섭렵하며 다양한 연기에 도전해온 배우 이천희. 그의 노력은 2012년 영화 ‘바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후 ‘남영동 1985’에서 악랄한 고문관 ‘김계장’으로 분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며, ‘돌연변이(2015)’에서는 정의와 실리 사이에서 고뇌하는 기자로 활약했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온 이천희가 영화 ‘데자뷰(감독 고경민)’로 연기 내공을 입증해 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30일에 개봉한 ‘데자뷰’는 차로 사람을 죽인 후 공포스러운 환각에 시달리게 된 ‘신지민(남규리 분)’이 견디다 못해 경찰에 찾아가지만 사고가 실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미스터리한 상황에 빠져드는 스릴러다.

이천희는 살인을 저질렀다며 경찰서로 찾아온 신지민의 자백을 듣고 사건 조사에 들어가는 형사 ‘차인태’ 역을 맡았다. 수사에 착수한 차인태는 사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과 신지민이 심각한 환각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차인태는 신지민의 주위를 맴돌면서 불안하게 만든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데자뷰’ 홍보차 이천희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천희는 “사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진 않는다. ‘어벤져스’도 잘못 본다. 나서서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저는 휴먼드라마 등 사람사는 이야기가 담긴 잔잔한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며 “‘데자뷰’는 대본 보고 차인태라는 역에 매력을 느껴서 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말했다.

‘데자뷰’ 이천희 스틸. (제공: 스톱픽쳐스코리아)
‘데자뷰’ 이천희 스틸. (제공: 스톱픽쳐스코리아)

 

다음은 이천희와의 일문일답.

-오랜만에 영화를 찍고 대중 앞에 선 소감은.

되게 오랫동안 저예산 영화 위주로 했다. 대본이 안 들어와서 못했다고 하는 게 맞다. 들어온 대본이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기도 했다. ‘돌연변이’나 ‘남영동’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 역할은 예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다른 배우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데자뷰’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시나리오가 되게 괜찮았고 좋았다. 진짜 신지민은 사람을 죽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이게 신지민이의 환각인지, 현실인지 등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봤다.

차인태가 가진 이중적인 모습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차인태의 이중성이 좋았다. 감독님 만났는데 차인태의 이중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이천희의 선악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시더라.

-현장에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남규리씨는 굉장히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환각을 보는 여자를 연기하려고 오랫동안 고민한 것 같았다. 시나리오 리딩할 때 처음 만났는데 목소리부터 말투까지 배역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다. 남규리씨가 그런 자신의 감정을 깨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쉽게 못 대하지 못했다. 가끔 부닥칠 때마다 보면 초점 없는 모습이 있다.

현장 분위기도 규리씨가 몰입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준다. 전체적인 톤이 무거운데 같이 출연한 배우 (동)현배씨가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캐릭터를 맡았다. 그래서 저와 현배씨가 생활연기를 많이 했다.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재밌게 그려 케미를 보였으나 많이 편집돼 아쉽다.

‘데자뷰’ 이천희 스틸. (제공: 스톱픽쳐스코리아)
‘데자뷰’ 이천희 스틸. (제공: 스톱픽쳐스코리아)

-전체적인 톤이 무거워서 촬영장 분위기도 무거웠을 것 같다. 어땠나.

솔직히 남규리씨 없을 때 편했다. 모든 배우가 남규리씨의 감정선을 유지해주려고 노력했다. 분위기가 왁자지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저희뿐 아니라 스태프들 모두 그랬다. 그래서 벽이 있었는데 지금은 홍보하면서 아주 친해졌다.

-어느덧 연기경력이 15년 차가 됐다. 자신의 연기를 평가한다면.

연기는 잘하는 사람이 있고,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하기는 모호하다.

저는 늘 너무 어렵고 고민이 된다. 아직 못해서 ‘언젠간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기는 즐겁다. 연기하는 게 괴롭고 죽을 것 같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패밀리가 떳다’처럼 예능프로그램에 나올 생각은.

안 하려고 안 하는 게 아니다. 예능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혼자서 어디 멀리 가는 여행프로그램을 길게 하고 싶다(웃음).

‘데자뷰’ 이천희 스틸. (제공: 스톱픽쳐스코리아)
‘데자뷰’ 이천희 스틸. (제공: 스톱픽쳐스코리아)

 

-목공예와 연기 중 더 재밌는 것은.

취미활동이 커져서 제2의 직업처럼 보이는데 제 업은 배우다. 저는 가늘고 길게 가고 싶다. 이걸 한방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더라면 결혼도 안 했을 거고, 지금까지 내가 온 길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내 재밌는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

사실 되게 얘기하고 싶은 건 ‘왜 가구를 어렵게 생각할까’다. 가구는 뚝딱 만들 수 있다. 엄청난 걸 하는 게 아닌데 다들 어렵게 생각하더라. 그래서 제 가구를 본 사람들에게 ‘이게 무슨 가구야’ ‘이천희가 가구 만든다더니 어설프다’라는 말도 들었다.

저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틀을 깨고 싶었다. 우유 박스에 현판을 올려놓은 게 처음 만든 가구다. 우유 박스의 가치를 바꿔놓고 싶었다. 그래서 저희는 우유 박스를 존엄하게 대하고 있다. 남들한테는 그냥 박스일지 몰라도 저희한테는 멋스러운 가구다.

-‘집밥 백선생’처럼 ‘목수 이선생’ 같은 프로그램 하는 것은 어떤가.

연기자 중에서 목공예가 취미이신 분들이 계시다. 저는 명함도 못 내민다. 목공예를 하다 보니 목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저는 ‘내가 가구는 이렇게 만들어야 해’하는 고정관념이 없다. 저는 제 스타일대로 가구를 만들어서 다른 분들 보기에 틀리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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