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이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6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법률가들이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6

대법원 앞서 교대로 농성

철저한 진상규명 등 요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법학교수, 법학자, 변호사 등 법률가들이 지난 5일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 법률가는 24시간 조를 짜서 교대로 천막농성을 하면서 ▲판사사찰, 재판거래 관련 대법원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 ▲사회적 중립기구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 ▲주범 양승태와 사법농단 관련자 전원을 구속수사하고 엄중하게 처벌 ▲재판거래 대상 판결 피해자의 피해를 원상회복 ▲범국민적 참여와 시민사회 주도로 사법부 개혁 등을 요구하는 중이다.

천막농성 이틀째인 6일 기자와 만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법농단 사태를 두고 “법원 체계가 관료화된 게 구조적인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대법원장은 인사, 승진 권한을 갖고 법원행정처를 통해 전국 모든 판사를 장악하려고 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양승태라는 사람이 더욱 노골적으로 정치권력과 유착하고 거래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강제수사에 대해 이 교수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사회적 중립기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사회적 중립기구는 특별검사(특검)일 수 있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특별조사위원회와 같은 방식도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법부에 대한 수사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범죄를 저질렀으면 대법원장 할아버지라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 사람을 수사하자는 것인데, 사법부 침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이 교수는 “양승태 개인이나 고위 법관 몇 명의 비리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누적된 사법적폐가 드러났다”면서 “그 적폐를 만든 제도와 시스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사법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라미드식 상명하복의 철저한 관료조직이라고 진단했다.

“헌법이 상정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법부는 법관 개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해요. 이들 법관이 승진, 인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따라서 승진제도가 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판사들이 전문성을 갖고 자기 영역에서 재판에 임하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현재 대법관 수가 너무 적고 소수가 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요. 대법관 숫자를 최소 50명 늘리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원행정처를 없애는 개혁도 필요하구요.”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6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6

이 교수는 사회적 파장이 지금보다 커지는 데 법률가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양승태 체제에서 벌어졌던 재판거래, 판사사찰 행위를 보라. 박근혜 국정농단과 똑같다”며 “정치권력, 청와대와 거래하면서 청와대에 맞는 판결을 하고 상고법원을 얻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무너졌으니깐 다시 세워야 한다. 다시 세우는 건 고위직 판사, 대법관이 아니다”라며 “우리 국민이 세워야 한다. 국민이 나서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작은 목소리라도 모아서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당성 시비를 걸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했어요. 이는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는 것이죠. 도대체 사법부를 무너뜨린 게 누굽니까.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게 양승태와 그 사람들이에요. 사법부는 무너졌으니깐 다시 세워야 하고 다시 세우는 건 고위직 판사, 대법관이 아닌 국민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오민애 변호사는 “사법부는 법을 가지고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이 굉장히 넓고 그 재판 결과는 통제를 받지 않는다”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전후 과정에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나 힘이 통제되지 않는 문제점이 쌓여오다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변호사도 강제수사가 필요하다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해 법원에 발부받아야 하고 검찰에서 기소하면 법원이 판단해야 하는 관계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특검이나 사회적 중립기구를 통해 참여자의 범위도 넓히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의 권한이 어떻게 남용됐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밝혀내고 제도 개선도 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독립된 곳이니깐 수사해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주장은 권한을 남용해 놓고 권한 침해를 얘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천막농성에 대해 “(시민들은) 사법부가 자신과는 먼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법관이나 일부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권한을 남용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 같이 알고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천막농성이 하나의 수단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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