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공동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5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공동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5

법원 내 찬반 의견으로 갈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검찰 수사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법원 내에선 검찰 수사에 대한 찬반 입장이 갈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고심이 깊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문건 98개의 원본을 5일 공개했다. 이 중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이라는 문건은 박지원 의원 일부 유죄 판결, 원세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 여권에 유리한 재판 결과를 통해 청와대에 대한 유화적 접근 소재로 이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2015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VIP보고서’에는 상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상고법원 판사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 등이 담겼다. 대법관추천위원회에 준하는 상고법원 판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되, ‘상고법원 판사 임명에 대통령님 의중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문구도 적시됐다.

사법부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추진의 실질적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당시 반대 입장을 보여 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최대한 반영해 뽑겠다고 청와대를 설득하려 한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VIP보고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5
(출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VIP보고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5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 방향 검토’ 문건에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국회 등과의 협조 및 우호 관계 유지 방안이 담겨 있다.

문서에는 “6월 임시국회까지는 영장의 적정한 발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의 리스트 수사에는 “기소 전까지는 적정한 영장 발부 외에는 다른 협력방안이 없다”고 기재돼 있다.

이번에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논란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상고법원 판사 임명에 대통령 의중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내용을 작성하는 등 형사조치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형사조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중이다. 하지만 법원 내에선 찬반으로 갈린 상황이다.

배석판사와 단독판사 등 비교적 젊은 판사들은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지난 4일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 독립과 법관 독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단독판사와 배석판사도 회의를 열고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중견 법관들은 입장이 엇갈린다. 차관급 고위 법관이 다수 포진된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5일 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사법행정을 담당하거나 자문하는 기구가 형사 고발, 수사 의뢰, 수사 촉구 등을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법원행정처가 진보적인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갖은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23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원회의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김명수 대법원장은 5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사법발전위)’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에선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이 간담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내부 자문기구의 의견을 추가로 들을 예정이다. 7일에는 전국 법원장들이 참여하는 전국법원장간담회에 참석한다. 11에는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이 참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태에 대한 입장을 의결해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이 최근 양 전 대법원장을 잇따라 고발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확산하는 가운데 김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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