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일본 작가 가와무라 교코가 쓴 ‘화날 때 쓰는 엄마 말 처방전’이란 책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화내지 않고 얼마든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말해 부모들에게 충격을 준다. 교코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육아를 하면서 화를 내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한 일인지 알기에 대단하다. 아이에게 상처 주고 후회하지 않도록 엄마가 화날 때 사용해야 할 현명한 말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교코는 결혼 후 2천권이 넘는 육아서를 읽고 육아 지식을 충분히 익혔다는 확신이 든 결혼 6년 차에야 첫 아이를 낳는다. 그 후 책으로 배운 육아 지식을 20여년간 실천하며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다. 제각기 개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면서 셀 수 없이 화가 치밀 때가 많지만, 그때마다 냉정하게 대처하며 화 대신 다른 말과 방식으로 표현했다. 교코의 남다른 육아 덕분에 세 아이 모두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립적으로 성장했다. 두 아들은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 교토대에 진학했고, 딸은 중학생일 때 홀로 영국으로 건너가 공부하고 있다.

2011년부터 ‘어머니학 아카데미’를 설립해 육아 때문에 좌절한 엄마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섰다. 교코의 적절한 조언과 ‘말 처방전’은 아이에게 소리 지르느라 지친 엄마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화내지 않는 육아의 궁극적 목표는 ‘엄마와 아이 모두의 행복’이라고 강조한다.

자녀를 둔 엄마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녀와의 소통이다. 공공장소에서 울며 떼를 쓰거나, 스마트폰 게임과 메신저에만 정신이 팔려 대화를 거부하는 자녀를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최대한 화를 참으며 좋은 말로 타일러 보지만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 부모는 결국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거나 심지어 체벌을 한다. 화를 내거나 체벌을 하고나면 부모도 마음이 편치 않아 자책한다. 우리 아이만 유달리 반항이 심한 것 같고 ‘부모로서 나만 자격이 부족한가? 공부가 부족한가?’ 고민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만나는 아이도 별반 차이가 없다. 말끝마다 “싫어!” “짜증 나!” “왜요?”라는 부정적인 말만 하는 아이를 보면 교사도 무기력해진다.

보통 가정의 부모와 자식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이제 TV 그만 보고 공부해야지?” “싫어! 잠깐만 이거만 더 보고…” “말 안 들을 거야? 셋 셀 동안 TV 끈다. 하나, 둘, 셋!” “아이 짜증 나!” ‘쾅!!’ 아이는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네! 알았어요. 그럴게요!”라고 말하는 착한 아이가 내 자식이 되길 바라지만, 현실은 정반대여서 속이 상한다. 아이 입장에서 바라보면 반대다. 공부보다 재미있는 일을 더 하고 싶은데 부모가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면 짜증이 난다.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데 “공부해! 공부해!”라는 엄마의 말은 반항심만 키운다.

화내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방법으로 교코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거리를 넓게 잡는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심한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심리적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이거 봐라! 엄마 말에 반항을 하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데 이번 기회에 단단히 버릇을 고쳐야 돼’라는 생각에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화가 날 때는 내 아이를 옆집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화를 덜 내게 되고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지 않게 된다.

둘째, 설령 화를 낸 후에라도 죄책감과 불안에 시달리지 말라고 한다. 육아의 성공을 위해서는 ‘화내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엄마의 믿음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음가짐이 갖춰지면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화내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말 처방’을 사용하게 되고 엄마와 아이가 더욱 잘 소통하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우리는 육아를 배운 적이 없다. 배운 적이 없기에 실패도, 좌절도 당연히 겪을 수 있다. ‘엄마는 절대로 화를 내면 안 된다’가 아닌 ‘화를 현명하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울 때 공부도, 예의도 다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이 모두 ‘나는 이대로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마음, 즉 자기 긍정감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엄마의 말이 자기 긍정감 높은 아이로 자라게 한다. 자기 긍정감이 높아지면 매사에 적극적이고 집중력도 높아지고, 다른 사람도 존중할 줄 안다. 자연스레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고, 타인과의 의사소통도 즐기며 자란다. 엄마가 화 대신 조금만 다르게 표현한다면 아이도 변화된 모습으로 엄마에게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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