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 평론가

 

한달 전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때다. 2시간의 짧은 비행이어서 다행이었지만 좁은 이코노미석에 탄 필자는 앞좌석 승객의 이기주의와 무너진 도덕성에 기분 나쁜 비행을 감내해야만 했다. 비행기가 도착했지만 경상도 말씨를 쓰는 그 남자 승객은 자신의 의자를 정위치에 놓지 않고 뒤로 바짝 밀며 몰상식한 후진국형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나만 편하면 그만이고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일부 대한민국 사람들의 행태는 일본에 도착해 잠시 생활했던 필자에게는 너무나 큰 비교의 대상이 됐다.

혹자는 그래도 일본인들은 겉만 친절한 척하지, 속은 새까맣다고 비아냥거리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최소한 겉이라도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우리는 닮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한국인, 중국인들은 나와 내 가족밖에 모른다. 보릿고개 시절부터 지독한 가난을 겪고 힘들게 살다보니, 무언가를 메우고 채워도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가 배부르고 내 자식만 잘되면 남이야 어떻든 안중에도 없다.

이러한 이기주의는 점차적으로 집단 이기주의로 확산됐다. 앞에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부딪히든 말든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좀비처럼 걷는 이들,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내리는 사람을 무시하고 먼저 끼어들어 승차하려는 이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리에서 막무가내로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 성과주의에 반대하며 거리 농성을 자처하는 공무원노조, 귀족 노조라고 불리는 대기업 노조들은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다.

공자가 논어에서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했다. 정명사상을 통해 정치에 대한 가르침을 빗댄 명언이지만, 공자의 이 말씀은 정치를 벗어나서도 우리 모두가 현재 처한 상황과 근본에 충실해야만 하는 주어진 과제와 임무를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지극히 기본적인 자세와 임무를 언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살아가면서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배려하는 태도와 자세를 배우는 초등학교 교육이 절실하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교육감들은 입시나 방과후 영어학습 전면 허용에만 매달리지 말고 초등학교에서도 도덕 등의 과목을 통해 공공장소 예의나 대중교통 이용 예절교육을 일본처럼 개혁하고 추진해야 한다. 일본은 초등학교 때부터 남을 위한 배려와 문화·예절 등 소양교육까지 단계별 교육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요코하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도쿄로 이동하는 동안, 한국처럼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은 모든 탑승객이 내릴 때까지 기다린 뒤 열차에 올랐다. 또한 큰 소리로 얘기하거나 전화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옆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쩍벌남, 지하철 안에서 20대 커플들의 낯 뜨거운 스킨십,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해서야 문이 열릴 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기주의 승객들의 행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라고 교육한다. 한국인처럼 인생에서 남의 눈치를 보고 비교하며 경쟁하면서 사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어린 시절 남을 위한 배려나 예절보다는 남을 이기고 우위에 서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이타주의보다는 이기주의를 가르치는 사회적 풍토가 변화되지 않는 한, 위에 지적한 한국인들의 생활태도와 라이프스타일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극심한 이기주의의 지속은 비록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을 이룬 한국이지만, 남을 위한 배려는 꼴찌라는 불명예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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