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 반도체 투자가 무섭다. 세계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분점하고 있는 시장을 중국이 뛰어들어 재편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이다. 행여나 반도체 산업이 삐끗하면 우리 경제는 한순간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 달성 목표를 세우고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시키려고 속된 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에서 1,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00억 달러를 지난해 한국에서 수출했다. 이는 한국 수출액의 17.4%를 차지한다. 한국 효자 수출품인 반도체가 중국의 무제한 투자 계획과 실천으로 추월당할 개연성이 시간문제일 뿐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반도체를 소화하는 국가이다. 세계 소비의 60%에 가깝다. 작년만 해도 2601억 달러(약 270조원)를 지출해 반도체를 수입했다. 그런데 중국 자체 자급률은 14% 수준 정도다. 때문에 중국은 2013년부터 반도체 육성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게 된다. 이듬해 ‘국가 IC산업 발전 추진 강요’를 세우고 철저한 정부 통제 하에 국유기업을 세우고 1387억 위안 반도체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세계 반도체 시장에 자체기술 개발을 통해 진출의 대서막을 열었다. 금년에도 추가로 1500억 위안을 목표로 조성 중에 있고 중국 각 지역의 사모펀드까지 합하면 총 금액은 1조 500억 위안(약 2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통제 하에 아직까지는 표면상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중국식 발전방식은 성공사례도 적지 않아 무섭기까지 하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와 고속철도를 들 수 있다. 전형적인 내연기술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자동차 같은 경우 자체 기술로 추월하기에는 쉽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방향을 약간 바꾸어 전기 자동차로 발전 방식을 전환시켜 세계 최고의 전기 자동차와 시장을 갖는 기회를 잡았다. 고속철도는 프랑스와 일본에서 기술 제공을 하지 않으니 자체적으로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철도를 놓고 상용화까지 시키고 있다. 북경에서 홍콩까지 건설하는 고속철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 노선이 될 것이며 속도도 가장 빠른 상용화된 고속철도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이것을 그들은 자주창신(自主創新) 정책이라고 부른다. 자체 기술개발과 분투노력의 혁신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때마침 금년에 완전히 장기 집권 계획 아래 권력을 틀어쥔 시진핑 주석은 눈을 반도체로 돌렸다. “장비업체인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에 해당한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커도 문제가 있는 것이며 중대 기술 돌파를 이루어 세계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정상에 올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정면돌파형 직진성을 놓고 봤을 때 사생결단의 반도체 분야 투자와 개발에 온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중국이 IT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제4차 산업혁명에서 승리를 쟁취하고 AI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과를 이루는 데 있어 절실한 것이 반도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과 서방제국이 기술을 안 준다. 합병을 통해 회사를 사서 기술을 배우려고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기술 유출을 막고 있으니, 무제한 투자를 통해 자체개발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서 유능한 연구자를 물색한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돈과 편리를 제공하고 인력 스카우트를 하고 있다. 국가의식이 옅어진 현시점에서 많은 고급 두뇌의 연구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통해 자체 돈도 벌고 소비크기에 맞게 세계에서 대접도 받고 당당하게 중진국 함정을 벗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불똥이 번지는 것은 자명하다. 한국의 주력산업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만 지금까지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로 이어진 전(全) 한국 주력 산업이 하나하나 중국에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손만 놓고 볼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창조적 기업가 정신과 슘페터가 말한 파괴적 창조정신(Creation Destruction)이 되살아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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