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4월 하순에 북유럽을 다녀왔다. 7일간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를 여행하면서 ‘행복국가’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았다.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코펜하겐 국회의사당이었다. 국회 정문 위에 조각돼 있는 ‘네 가지 고통’ 얼굴을 보았다. 머리 아프고, 배 아프고, 귀 아프고, 이빨 아픈 표정이다. 

이 네 가지 고통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생명의 위협, 생활의 고통, 차별과 인권탄압, 자유억압의 고통일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러면 국회 정문 위에 왜 ‘네 가지 고통’ 얼굴을 조각해 놓았을까? 

그것은 항상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무언(無言)의 경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놀란 것은 국회의사당 주차장이었다. 자전거가 즐비하고, 자동차는 단 한 대 있었다. 덴마크 남편과 20년째 살고 있는 현지 가이드는 ‘국회의원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덴마크 국회의원은 특권이 거의 없다. 보좌관도 없고 관용자동차도 없다. 판공비 내역은 전부 공개되고, 공무로 택시를 타는 경우도 비용을 정산해 돌려받으며, 비행기도 이코노미석을 탄다.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 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덴마크 왕실도 마찬가지다. 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 처신한다. 나치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던 시절, 국왕 크리스티안 10세는 말을 타고 혼자서 돌아다녔다. 이를 본 독일 군인이 “왕이 경호원도 없이 돌아 다니냐?”며 조롱했다. 이 말을 들은 한 덴마크 소년이 “코펜하겐 시민 모두가 경호원이다”고 대답했다 한다.

이런 ‘탈(脫) 권위’는 다른 북유럽도 대동소이하다. 노르웨이 국왕은 개 한 마리만 데리고 스키를 타고, 핀란드 대통령은 관저 근처의 마켓광장에서 시민과 함께 커피를 자주 마신다. 

덴마크에는 총 10개의 계명으로 된 ‘얀테(Jante)의 법칙’이 있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등인데, 한마디로 ‘당신이 우리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칙은 모든 북유럽에 적용되고 있다.    

흔히 북유럽을 사회민주주의 국가라 부른다. 정치적으로는 자유와 민주를 지향하고, 경제적으로는 평등을 추구한다.  

세계 최고의 누진세율을 통한 소득 재분배, 보편적 무상교육 등 경제적 평등은 출신이나 직업·재산에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평등한 문화로 연계된다. 이런 나라에서 ‘내가 누군지 알아?’는 통용될 수가 없고, ‘갑질’이나 ‘금수저’란 단어는 찾아볼 수도 없으리라.

북유럽은 행복국가이다. 유엔의 ‘2018년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 2위 노르웨이, 3위 덴마크, 9위 스웨덴, 한국은 57위였다.       

또한 북유럽은 청렴 국가이다. 베를린에 본부가 있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7년 부패인식지수’에 의하면 세계 180개국 중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는 뉴질랜드, 덴마크가 2위, 핀란드와 노르웨이가 공동 3위, 스웨덴이 공동 6위, 한국은 51위였다. 

“덴마크는 투명한 정치, 효율적인 정부운영, 높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행복국가입니다.” 
다시금 생각나는 현지 가이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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