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금붕어의 눈 - 나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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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의 눈

나기철(1953~  )
 

전주 터미널에서 간신히 버스로 광주 터미널로 와 리무진 타고 공항 가서 제주행 비행기에 탔다. ‘고마웠습니다. 다시 어항 같기도 한 곳으로 갑니다.’ 문자를 보내니 얼마 후, ‘예뻐도 너무 예쁜 어항엔 잘 도착하셨지요.’ 하고 답이 왔다.
아침에 섬 토박이 아내에게 그 얘기를 했다가 한 소리 들었다. 여기가 얼마나 넓은 데냐고, 바다도, 산도, 초원도 있고. 당신 맘이 금붕어 눈 같이 작아 그렇다고, 나는 내 내 눈 껌뻑이며 가만히 있었다.
 

[시평]

금붕어, 붕어의 눈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다. 눈꺼풀도 없고, 그래서 껌뻑이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붕어는 한쪽 눈만으로도 180도를 볼 수가 있다. 그러니 양쪽 눈으로는 360도를 볼 수가 있다. 인간은 전방 140도뿐이 볼 수가 없다고 한다. 

360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금붕어는 불행하게도 좁은 어항 속에서 산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어항이라는, 투명유리라는 속임수 때문에, 그저 넓고 넓은 세상인 줄로만 알고 사는 금붕어. 실은 금붕어의 눈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속임수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금붕어의 눈 때문이라고 믿는다. 

제주도는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없이 큰 자부심이다. 산도, 바다도, 초원도, 또 그 유명한 오름도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를 아름다운 어항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왠지 그곳의 사람들은 작디작은 어항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작은 어항이면 어떻고, 또 금붕어의 눈을 가지고 본들 어떠리.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자부심만 지닐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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