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가 창간 1주년을 기념해 16일 ‘사회발전을 위한 사회‧종교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첫 발제자 진용욱(경희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방송통신학회) 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현대인은 ‘말과 글이 다르면 서로 통할 수 없다’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어구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느껴지는 시대를 감내하며 살아내고 있다. 특히 언론의 편향된 보도로 세대 간 사상의 틈새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정보와 지식의 격차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천지일보가 창간 1주년을 기념해 16일 ‘사회발전을 위한 사회‧종교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첫 발제자 진용욱(경희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방송통신학회) 회장은 이 같은 문제점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서두에서 진 회장은 제도권의 영향이 미치는 ‘언론(言論)’과 전통적으로 개개인의 사회적 소통을 의미하는 ‘언로(言路)’를 구분하며 발제의 운을 뗐다.

진 회장은 “언로는 생각과 가치관의 통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결국은 언론이 앞장서서 그 소통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 상생 역시 언로를 통해 서로 간의 인정하고 원(怨)을 풀어 나갈 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힘 있는 언론의 ‘편 가르기’ 성향을 지적했다. 진 회장은 “좌우 이념으로 물든 신문이 언론을 지배하면서 ‘언론의 트임’이 사라졌다”며 “대부분 언론이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방향성마저 잃어버렸다. 언론이 만든 길은 이제 ‘사람이 갈 수 없는 길’이 되고 말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현대의 언로인 소셜 미디어에서도 정보와 지식의 격차, 인터넷 익명성을 이용한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해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은 순식간에 여파가 발생하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 회장은 사회언론의 건전성과 무질서의 정도를 지표화해 발표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 에티켓 등 사이버 예절 운동 전개 ▲사이버 민방위대와 추격대 창설 ▲동서·세대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미디어 기구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진 회장은 우리나라 전통 속에 녹아있는 언로 제도를 설명하며 그 예로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을 제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은 ‘말과 글이 다르면 서로 통할 수 없고 백성이 고발할 일이 있더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이를 염려해 사랑하는 백성을 위해 새로 28자를 창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 회장은 “이 간결한 서문은 사회 언로의 요지를 함축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로가 막히면 사회가 막히고 죽음의 사회가 된다”면서 “조선 왕조가 흔들리는 체제 속에서도 500년을 지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언로가 막히지 않았던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선이 신문고 고발제도와 익명서를 수용했고, 언로가 사라지지 않도록 국왕이 지켜야 하는 덕목을 의무화한 점도 언로의 소멸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진 회장은 “이처럼 우리나라는 완비된 언론 제도를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면서 “현대 언론법은 이러한 반성 위에서 제대로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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