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만희 대표가 지난 2014년 1월 24~25일 민다나오섬을 방문, 약 40년간 분쟁이 이어진 가톨릭-이슬람 갈등의 중재를 이끌어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만희 대표가 지난 2014년 1월 24~25일 민다나오섬을 방문, 약 40년간 분쟁이 이어진 가톨릭-이슬람 갈등의 중재를 이끌어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4년 1월 24일 이만희 HWPL 대표, 민간평화협정 이끌어

2014년 1월 25일‧3월, 필리핀 정부-MILF 공식 평화협정

MILF 대표 “18년간 못 이룬 협정, 이만희 대표 덕에 이뤄”

PTV 기자 “오직 평화 위해 온 이 대표와 정치인들 달랐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50년가량 이어진 정부군과 이슬람군 내전의 끝이 보이고 있다.

31일 일간 필리핀스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필리핀 하원은 전날 민다나오 섬에 ‘방사모로’로 불리는 이슬람 자치정부를 설립하는 내용의 방사모로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상원도 31일 오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상하원이 자치정부 관할 범위 등 일부 이견을 조율해 최종 승인 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서명하면 입법 절차가 완료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29일 방사모로 기본법을 시급히 처리해야할 법안으로 지정한 만큼 절차는 신속히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모로 기본법이 발효되면 민다나오섬에 입법, 행정, 재정권을 갖는 이슬람 자치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다만 국방, 외교, 통화 정책 등은 중앙정부에 맡긴다. 방사모로 자치정부 수립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면서 평화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이 2014년 3월 공식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 4년여 만이다. 정부군과 MILF가 1970년부터 무려 50년 가까이 전쟁을 벌이면서 양측 병력과 주민 등 12만명 이상이 숨졌고 200만명이 강제로 이주해야 했다.

◆민다나오 평화의 숨은 주역 ‘한국인 평화운동가’

이번 민다나오 내전 종식 소식이 전해지면서 4년 전 84세의 고령에도 총알이 빗발치는 분쟁 현장을 찾았던 한국인 평화운동가,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이만희 대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필리핀 대주교의 간청으로 2014년 1월 24일 아시아 최대 유혈 분쟁지역인 민다나오를 찾은 이 대표는 민다나오 분쟁 원인이 가톨릭-이슬람 간 종교 분쟁임을 파악하고 양측 지도자들을 모아 민간 평화협정을 이끌어 냈다. 이 장면은 필리핀 국영방송 PTV와 민영방송 등을 통해 보도됐다.

이 소식은 곧바로 필리핀 정부군과 이슬람군 측에 전해지면서 바로 다음날인 25일 필리핀 정부와 모로이슬람해방전선은 남부 방사모로 지역의 이슬람 자치권 인정과 1만여명에 이르는 모로이슬람해방전선 무장해제 부속문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세부 법안을 마련하고 그해 3월 공식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듬해인 2015년 6월에는 실제 MILF의 무기반납도 이뤄졌다.

◆MILF 주둔지에 ‘HWPL 평화협정 기념비’

이만희 대표가 민다나오 평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당시 민다나오 평화협정을 직접 보도했던 PTV 기자와 평화협정 당사자인 MILF 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2015년 9월 HWPL이 주최한 종교대통합 만국회의 1주년 행사에서 천지일보와 만난 알 하즈 무라드 이브라힘 MILF 대표는 “민다나오 마귄다나오 주지사인 망구다다투를 통해 이만희 대표가 이룬 이슬람-가톨릭 지도자 간 평화협정 소식을 들었다”면서 말을 이었다.

2015년 9월 18일 HWPL이 주최한 만국회의 1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알 하즈 무라드 이브라힘 MILF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5년 9월 HWPL이 주최한 만국회의 1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알 하즈 무라드 이브라힘 MILF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우리는 18년간이나 정부군과 협상을 해오고 있었지만 타결을 못한 상태였다. 2014년 1월 이만희 대표가 민다나오 마귄다나오에서 이룬 이슬람-가톨릭 지도자 간 민간 평화협정은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 필리핀 정부가 공식 협정을 이루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 많은 사람이 이를 믿지 않으려하지만 사실”이라고 말했다.

MILF는 2016년 1월 민다나오 민간 평화협정 2주년을 맞아 MILF 주둔지인 민다나오 술탄 쿠다랏에 HWPL 평화기념비를 세웠다.

2014년 이만희 대표의 민다나오 평화협정 소식을 전했던 필리핀 PTV 엘리자베스 카친 기자는 천지일보와의 두 차례 인터뷰를 통해 “이만희 대표는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면서 “수십년간 총부리를 겨누던 민다나오 주민들이 평화를 말하며 함께 걷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민다나오에 평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민다나오에 왔지만 이만희 대표와 정치인들은 달랐다. 이 대표는 오직 평화를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민다나오까지 이역만리를 왔다”고 했다.

이어 “분쟁에 지친 민다나오 주민들은 정치인과 이 대표의 차이를 금세 알았다. ‘평화’를 향한 이 대표의 진정성이 그들을 움직였다”면서 “이만희 대표이고, HWPL이었기에 평화협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내전 시작부터 종식까지 연혁

1970년 이슬람반군단체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등 결성

1996년 정부-MNLF 간 평화협정 체결

1997년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평화협정 반대

2000년 정부-MILF 간 평화협상 시작

2009년 정부, MILF에 일방적 휴전 선언

2010년 5월 MILF와 평화협상 재추진

2014년 1월 HWPL, 민다나오 가톨릭-이슬람 민간 평화협정

2014년 3월 정부-MILF 간 평화협정 체결

2018년 5월 필리핀 정부, 방사모로 기본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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