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10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들이 세월호 직립을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0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10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들이 세월호 직립을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0

세월호 선조위, 모형 시험 결과 발표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세월호 침몰 당시 복원력이 약화됐고, 수밀문(水密門)이 열려있어 선체가 더욱 빠르게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

30일 오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1소위원회는 서울 중구 저동 선조위 서울사무소에서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MARINE)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자유항주·침수·침몰 모형시험 용역 결과 설명회’를 열었다.

핸크 반 덴 붐 마린 세월호 프로젝트 총괄은 세월호의 복원력에 대해 “특수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붐 총괄은 “복원력을 나타내는 ‘GM 값’을 다양하게 적용해 시험했다. 그 결과 세월호의 복원력은 배가 10도 각도로 기울었을 때나 40도 각도로 기울었을 때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월호 항적 기록에 맞춰 산출한 어떤 유사 값도 국제규정이 정한 복원력 범위에 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마린의 판단에 따르면 배에 실린 화물들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던 것도 세월호가 선회하며 기울기가 커질 때 복원력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끼쳤다.

또한 배의 수밀문이 열려있던 점도 침몰을 앞당긴 원인으로 꼽혔다. 수밀문은 물이 배 안에서 퍼지는 것을 막는 문으로, 세월호 지하층에 있는 기관실에는 수밀문 2개와 수밀 맨홀 5개가 있었다. 선조위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수밀문·맨홀 모두 열려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붐 총괄은 “만약 엔진룸(기관실) 등의 수밀문이 모두 닫혀있었더라면 세월호가 전복된 상황에서도 더 오래 물 위에 떠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밀문이 닫혀있었더라면 선체 침몰 시간을 늦출 수 있어 구조 ‘골든타임’을 더 벌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마린은 세월호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이후 급격하게 침수가 이뤄져 침몰한 이유로 ‘C-데크 시나리오’와 ‘스태빌라이저 시나리오’ 등 2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C-데크 시나리오는 선체가 45도로 기운 뒤 화물칸인 C-데크의 위쪽 환풍구를 통해 바닷물이 흘러들었고, 이 물이 파이프를 타고 스태빌라이저(핀 안정기·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실에 모여 다시 기관실을 침수시켰다는 이론이다.

스태빌라이저 시나리오는 바닷물이 C-데크 아래쪽에서 차오르고 열려있는 창문으로도 들어오면서 이후 C-데크 시나리오와 같은 유형으로 급격한 침수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분석 결과 두 경우 모두 수밀문이 닫혀있었더라면 급격한 침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마린은 올해 1~2월 선조위 요청으로 네덜란드에서 세월호 축소 모형을 만들어 감압 수조 등에서 침몰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시험을 했다. 마린은 선조위가 제공한 세월호 선체 정보와 적재물, 운항 기록 등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침몰 원인과 침몰 당시 영향을 미쳤던 요인이 무엇인지 점검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당시 상황을 가장 근접하게 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시험의 결과다. 선조위는 이날 발표된 결과를 분석한 뒤 여전히 남은 의문이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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