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화여대에서 상담심리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평범한 여성의 일상을 이 책 한 권에 진솔하게 녹여냈다. 24시간 스치듯 지나치는 마음의 목소리가 잔잔한 공명처럼 메아리친다.

저자는 이 책이 선배 언니가 앞에 앉아 고개를 끄덕여주는 듯한 따뜻한 위로만큼은 충분히 전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독자는 너무 사소한 나머지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의 틈새 속에서 피어나는 여자의 ‘느낌’들과 조우한다.

아침 7시
화장대에 앉아 있는 여자는 생각한다. 오늘도 하이힐을 신고 지하철에 몸을 던져야 할지…‘다시는 스타일 때문에 편안함을 포기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은 몸매를 예쁘게 잡아주는 하이힐 앞에 무력하다. 하이힐을 신고 걷는 여자의 육체는 칼 같은 비명을 내던지지만 여자는 곧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남자들은 알아야 한다. 여자가 괜히 예민하고 짜증스럽게 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오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그녀는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평소에는 비싸서 사지 못했을 머리핀을 하나 산다. 그런데 그 머리핀을 볼 때마다 속상한 그날의 일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홧김에 지르는 물건은 담배와 같다. 순간만 나를 위로해 주고,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니까…

오후 4시
오늘도 그녀는 ‘새로운 물건’을 산다. 신상품들이 아주 일시적으로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지만 구매품은 여기저기 굴러다니다 곧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자신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여자는 조용히 되뇐다.
오후 11시
늦은 밤. 여자가 불안한 시간이다. 매번 보는 인상 험악한 그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겨우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갔는데,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른다. 불안이라는 친구는 늘 여자를 따라다닌다. 여자는 오늘도 뒤척인다.

선안남 지음 / 웅진윙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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