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두렵게 보고 민생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의정활동을 잘 펼치겠다. 지켜봐 달라.” 20대 국회에 입성한 여야 의원 모두가 국회 일정이 시작되던 2년 전, 의원 선서와 함께 국민을 향해 다짐했던 약속이다. 그 후 2년이 지난 5월 28일로 국회는 20대 전반기를 마감했고, 당초 정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약속했던 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정기국회와 임시회기에서 여야는 사사건건 맞붙었고, 첨예한 대립으로 대화정치가 오랫동안 실종되기도 했다.

29일자로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임기가 끝난 정세균 전 의장은 2016년 6월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새로운 국회의 지표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표명했다. 하지만 2년 동안 국회가 보인 활동상에서 한국 미래에 대한 준비는 없었고, 헌법정신이 구현되지도 않았으며, 더더욱 국민에게 힘이 되는 참다운 국회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일 안하는 국회상과 부끄러운 의원상뿐이었다.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은 입법활동이 기본이다. 20대 국회 개원 첫 해인 2016년에는 10월과 12월에 각각 876건과 878건이 발의된 법률안이 올해에는 크게 감소해 1~5월 월평균 발의 건수는 523건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야가 드루킹 특검 등 현안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돼 5월 임시국회는 한 달 내내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에 격노한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여야 의원은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러 지난 28일 마지막 본회의 개최로 의안 91건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던 것이다.

5월 임시국회가 국회의원의 권한이자 의무인 입법 활동에서 낙제점을 기록한 점에 대해선 부인할 바가 없다. 국회에서는 20대 국회 전반기 회기 내내 모두 3528건의 법안이 의결돼 19대 국회 같은 기간보다 법안 통과가 486건(13.3%) 더 늘었다고 밝혔다. 법안의결면에서 19대 국회보다 낫다는 의미로 발표한 것인지 그 진의를 알 수 없겠으나 20대 전반기 국회가 보인 양태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고, 초라한 성적표임은 사실이다. 전반기 국회 마지막 본회의 때에는 응당 후반기 국회의장단 진용을 갖춰놔야 하건만 스스로 국회 위상까지 포기했으니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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