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은 논쟁중이다. ‘훈육을 위해선 감정 섞인 체벌이 아니라면 필요하다’ ‘모든 체벌은 감정이 섞인 학대다. 어떤 체벌도 허용돼선 안 된다’ 훈육을 둘러싸고 상반된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육적 체벌을 허용해서 아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학부모와 ‘어떤 체벌도 불필요하고 허용해선 안 된다’는 학부모가 양립한다.

서당에서 훈장님의 회초리 교육이 오랜 관습으로 내려오고 용인돼 왔던 사회적 분위기가 그동안 체벌을 묵인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맹신하고, 어릴 적 버릇을 회초리로 쉽게 길들이려 한 탓에 체벌이 훈육의 수단으로 대수롭지 않게 자리 잡았다. 서당식 회초리 훈육이 선조들의 어리석은 폭력적 행동이지 결코 올바른 훈육이 아니다. “오냐오냐하면 버릇없어져서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어른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필자도 학교에 재직 당시 ‘다수의 학생을 보호하고 삐뚤어진 아이들의 행동을 바로잡으려면 훈육으론 한계가 있다. 교육적 체벌은 필요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체벌을 하면 아이들이 한 방향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니 체벌이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착각한다. 교사들도 체벌을 받으며 학교를 다녀, 보고 배운 것이 체벌이다 보니 체벌에 무뎌졌다. 체벌 없이 훈육해 본 경험이 부족하니 어떤 방법으로 훈육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체벌이 허용됐던 시대의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잘못됐다. 체벌은 훈육의 수단이 될 수 없는 그냥 폭력이다. 군사정권 시절 통치의 수단, 복종의 수단이 교육에 잘못 활용됐다.

지금 시대엔 훈육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국처럼 학생의 잘못에 부모가 같이 책임지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외국에선 학생이 친구를 폭행하거나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학교 경비에게 제압된다. 바로 경찰에 인계되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부모가 책임을 진다.

학교보다 가정의 체벌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가정 내 훈육에 관대한 탓에 학교보다 체벌이 만연해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친부모이다. 스웨덴, 독일, 덴마크 등 50여개 국에서는 아동에 대한 체벌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OECD 국가의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률을 보면 체벌금지법을 명문화한 나라의 10만명당 사망률이 0.5명인 반면 한국은 1.16명에 달해 두 배 가까운 사망률을 보인다. 아이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거나 수직관계로 대하는 부모일수록 체벌을 훈육의 정당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체벌하는 부모의 공통점은 아이에게 어른의 기준을 적용한다.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고 사소한 잘못은 알려주고 가르치지 않고 어른의 잣대로 바라보니 화가 나고 감정이 상해 체벌을 한다. 아이는 처음 보는 세상이 신기해 만지고 싶고 뛰어 다니며 놀고 싶은 게 당연하다. 아이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혼을 내는 것은 정말 더 어른스럽지 못한 처신이다. 이런 부모는 아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아무리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사랑의 매라고 포장해도 대다수 아이에겐 공포일 뿐이고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감정 섞인 체벌을 했다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로 남지 않도록 진심으로 아이에게 사과해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부모도 처음부터 아이를 학대할 생각으로 매를 들진 않는다. 처음엔 순수한 마음에서 훈육의 목적으로 회초리를 든다. 아이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되면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왜 말을 안 들어?”라며 감정 섞인 체벌로 변질되게 된다. 사랑의 매도 폭력이기에 근본적으로 아이를 계도할 수 없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이고 울타리다. 그런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으면 공포를 느끼고 심하면 불안장애가 온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싶으면 단호한 표정과 말투로도 충분히 훈육이 가능하다. 체벌의 효과가 금방 나타나니 자꾸 사용하다보면 학대가 된다. 체벌 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의 체격이 커지고 힘이 강해지면 더 거칠게 반항하는 아이로 자라거나 부모와 영원히 등지고 산다.

더디고 늦더라도 사랑으로 가르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랑으로 훈육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언젠가는 부모의 진심을 이해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정서적으로 자녀와 교감을 나누면 체벌 없이 훈육이 가능하다. 부모는 참을 인자를 수만번 가슴에 새기며 살아야 한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부모를 가진 것은 세상을 다 가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