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출근길을 걸으면서 하늘을 바라다보면 희뿌연 공기로 가득하다. 미디어에서는 미세먼지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는 부모들은 미세먼지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마스크를 씌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매일 고민한다. 이제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돼버렸다. 종편 의학프로그램에서 한 의사는 초미세먼지를 매일 마시는 것은 담배를 매일 피는 사람보다 10년 후 폐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며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암 발병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최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미세먼지 정책 및 입법촉구 토론회가 개최됐고, 국회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특위)에서도 경각심을 인지하고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대책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제 미세먼지는 실생활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만 하는 큰 숙제가 됐다. 핵 위협은 국민들에게 먼 이야기로 들리지만, 미세먼지는 매일 매순간 겪어야 하는 공공의 적이 됐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아직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심각한 건강영향, 미세먼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경고하지만, 지하철을 타보면 10명 중 1~2명만이 마스크를 쓴 채 생활 중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답답하다, 화장이 번진다, 얼굴에 자국이 생긴다 등 다양한 개인 사유를 늘어놓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간은 수단, 대상, 방식에 따라 모방심리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남이 쓰는 마스크를 따라 쓰는 모방심리도 유독 고집 센 한국 사람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사회 전체를 휘감은 안전에 대한 무시 관행과 시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홍보활동의 미비는 건강관리 차원을 넘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게 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학부모들이 대책을 요구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이 뒤늦게 모든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회나 정부도 뒤늦게 대응하며 미세먼지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및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주장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은 미세먼지 잡아야 표심 잡는다는 계획으로 4개 정당 모두 미세먼지 공약을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청년취업, 노인복지, 경제발전 공약을 주로 내세웠던 지난 지방선거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주요 정당들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꼽힌 노후 경유차와 관련한 공약을 일제히 내놨다. 많은 국민들이 사용하는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해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줄이고 청소차 보급 확대, 굴뚝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굴뚝원격감시체계(TMS)의 실시간 공개, 배출부과금을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가져가도록 공약했다.

미세먼지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풀어야 할 재앙이다. 미세먼지는 건강과 사람들의 생활을 좀먹고 삶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세먼지로 일어나는 건강악화와 질병증가는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 정부는 단호하게 중국과 협력 혹은 보상요구 및 감시강화 등 특단의 대책을 시급하게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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