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재연 이후 5년 만에 정식 공연돼

배우들 “번점, 첫사랑 같은 작품”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여름 소나기와 첫사랑의 공통점을 무엇일까. 대비하지 못하고 있던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과 피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온몸과 마음이 흠뻑 젖어 흔적을 남긴다는 데서 비슷하다. 한여름 소나기 같은 첫사랑의 아련함을 담은 뮤지컬이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본부장, 강효진 달 컴퍼니 대표, 김민정 연출, 주소연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가, 배우 강필석, 이지훈, 김지현, 임강희, 최우혁, 이휘종, 이지민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번점)’는 1983년 여름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빠진 ‘인우’와 ‘태희’의 사랑을 그린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 인우는 비오는 어느 날 자신의 우산으로 뛰어든 태희에게 순식간에 반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갈 때 인우는 입대하게 되고, 그 사이 태희는 숨을 거둔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강필석, 김지현이 주요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강필석, 김지현이 주요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태희를 가슴에 묻은 인우는 가정을 꾸리고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인우 앞에 태희와 말투, 습관까지 똑 닮은 학생 ‘현빈’이 나타난다. 17년 만에 태희의 흔적을 찾은 인우는 현빈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작품은 2001년 배우 이병헌, 고 이은주 주연의 동명의 영화(김대승 감독)를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이 다시 무대에 오른 건 2012년 초연, 2013년 재연 이후 5년 만이다. 원작 영화가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흥행했고, 뮤지컬도 초·재연 이후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로 꼽힌 만큼 삼연에 임하는 제작자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김민정 연출은 “관객이 초·재연에서 느낀 감동은 헤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삼연 연출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라며 운을 뗐다. 김 연출은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연출을 선보이지 않는다”며 “공연 리허설을 볼 때 철저히 관객의 눈으로만 보려 한다. 극이 매력적인지 아닌지 생각하며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그림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김민정 연출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김민정 연출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김 연출은 또 이전 시즌과 달라진 점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즌에서는 시대에 맞게 대사를 수정했다. 또 50여 군데에서 시공간을 넘나다는 연출을 선보인다”며 “무대가 사실적이라기보다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빛을 활용한 연출을 많이 시도했고, 작품·음악의 정서에 조금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주소연 음악감독은 “음악에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서가 잘 묻어져 있다”며 “배우들이 따로 연기할 필요 없게 음악과 드라마가 유기적으로 어울려졌다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선호 안무가는 “음악과 드라마에 안무가 자연스레 녹아야 하는 작품이라 창작의 고통을 주는 작품이 번점이다”라며 “매일 넘버를 구성하고 수정했는데, 기존 참여 배우들과 뉴캐스트들이 만나서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더라. 완벽한 안무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배우들의 에너지로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5년 만에 정식 공연으로 관객을 찾은 뮤지컬에는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 강필석과 재연 무대에 출연했던 배우 김지현을 필두로 배우 이지훈, 임강희, 최우혁, 이휘종, 이지민이 출연한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강필석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강필석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뮤지컬 속 ‘인우’의 기본 틀을 잡아둔 배우 강필석은 “나에게 번점은 아주 깊은 설렘과 떨림이다”라며 “내가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 작품이 나에게 찾아온 것 같다. 삼연에 조금이나 힘을 싣기 위해 참여했고,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소감을 말했다.

인우의 잊을 수 없는 첫사랑 ‘태희’ 역의 김지현은 “초연 때는 관객으로 작품을 접했고, 재연 때 직접 참여했는데 무대에 서면서 작품이 더 좋아졌다. 무두를 행복하게 하는 신기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작품은 여름날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는 소나기 같은 작품이다”며 “피할 수 없는, 온몸으로 다 받아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잘 준비하고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이지훈이 주요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이지훈이 주요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강필석과 함께 인우로 캐스팅된 배우 이지훈은 “5년 전 처음 접하고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작품에 참여하게 돼서 영광”이라며 “인우의 감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만들어 놓은 필석이 형에게 많이 배운다. 첫사랑의 아련함을 연기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지만, 연륜·경험을 통해 ‘이지훈도 잘 하네’라고 느낄 수 있게 연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뉴캐스트인 ‘태희’ 역의 배우 임강희도 “내가 했던 사랑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며 “임강희만의 ‘태희’를 만들기보다는 작품의 결을 따라가려 한다. 그러면 저절로 새로운 모습의 태희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품의 감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고백했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임강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임강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인우가 학교의 학생들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각자의 열정과 소감을 드러냈다. 17년 전 죽은 태희와 꼭 닮은 학생 ‘현빈’ 역의 배우 이휘종은 “원작 영화에서 이병헌 선배의 눈빛 연기, 그리고 함께 연기하는 강필석·이지훈 선배의 눈을 보고 정말 감동했다”며 “운명·인연을 믿는 편인데 작품에서 다루는 사랑이 너무 아름답다. 연습하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이휘종, 최우혁, 이지민 등 학생 역을 맡은 배우들이 주요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이휘종, 최우혁, 이지민 등 학생 역을 맡은 배우들이 주요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또 다른 현빈 역의 배우 최우혁은 “데뷔 이후 선 굵은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선을 섬세하게 다듬는 게 생소했다. 연습하면서 선이 다듬어지는 선배·동료 배우들을 보며 나는 나만의 선을 숨겼던 것 같다”며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이 숨기지 말고 드러내달라고 말씀하셨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관객들이 지금까지 봤던 제 연기보다 한층 섬세해진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현빈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지만 싫은 척 새침 때는 여고생 ‘혜주’ 역의 배우 이지민은 “초·재연을 봤는데 삼연에 직접 출연하게 돼 굉장히 설렌다. 작품의 결에 맞춰서 열심히 하겠다”며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에는 번점이 떠오른다. 우리 작품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첫사랑 같은 작품인데, 관객들도 공연 관람 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사랑은 불현듯 찾아와 갑자기 떠나 아련함이 깊다. 그 아련함 때문에 가슴 속에서 상대를 지우지 못하고 언젠가 다시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자라난다. 이런 첫사랑의 결을 닮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오는 6월 12일 개막해 8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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