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에 따르면 초‧중‧고 자살건수는 2005년 135명, 2006년 108명, 2007년 142명, 2008년 137명이었다. 지난해는 2008년보다 무려 47%나 급증해 202명이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최근 5년간의 자살 원인을 살펴보면 가정불화 및 가정문제가 32%, 우울증 및 염세비관이 18%, 성적불량 및 성적비관이 11%, 집단 괴롭힘 및 폭력이 1%였다. 아울러 스스로 생명을 끊은 아이들 가운데 69%가 고등학생인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오명의 굴레에 갇혀 있다. 교육 당국은 청소년 자살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장황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번 자료가 보여주듯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청소년 자살을 ‘자살방지법’과 같은 법률을 통해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그보다는 먼저 ‘가정’을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엄밀히 말하자면 청소년기 스트레스는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학교교육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지금처럼 쉽게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정이 가정의 역할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예전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밥상머리에 앉아서 예의를 훈계하고, 도리를 가르쳤다. 지금은 어떠한가. 하루에 10분 이상 가족들이 모여 대화하는 가정이 손에 꼽힐 정도다. 이제는 컴퓨터와 TV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정서적으로 심하게 불안한 아이들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부분 가정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관치형 교육 정책과 제도적 혁신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하루 10분이라도 가족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편이 훨씬 낫다.

부모 역시 아이들과 대화를 늘림으로써 가족 간 갈등을 방지해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만고불변의 법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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