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공정해야 할 선거에서 불공정한 선거 기호(記號)
[아침평론] 공정해야 할 선거에서 불공정한 선거 기호(記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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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이 결정됐다. 지난 24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등록을 받은 결과 국회의원 재보선 12명, 광역단체장 17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총 4028명의 선출 인원을 두고 9307명이 등록을 마쳤으니 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2014년 지방선거보다는 다소 높지만 이번 지방선거도 경쟁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갈수록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기근이 드는 셈이다. 

후보자 경쟁률을 단순비교 수치로 살펴볼 때 광역단체장이 4.2대 1로 가장 높고 교육위원은 1.2대 1로 가장 낮다. 경쟁률이 비교적 높은 광역단체장 선거 지역 중에서는 서울시장 선거가 9대 1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후보자등록을 마친 출마자들은 선관위에 제출할 선거벽보, 공보물 제출 등 며칠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이달 말일부터 펼쳐지는 본격적인 선거운동 구상에 여념이 없을 터, 31일부터 정당과 후보들은 각양각색의 불꽃 튀기는 홍보전을 전개할 것이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정당과 예비후보등록자들이 오랫동안 선거를 알리고 홍보전을 펴 왔으나 선거분위기가 띄워지지 않았다. 그 이유가 여럿 있는바 첫 번째는 4.27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영향이 큰 데다가 이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북미회담이 개최 예정으로 있어 국민 관심은 온통 한반도 정세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라 하겠다. 

후보자 등록 기간인 지난 24일과 25일 양일간에도 국민들은 지방선거에 관한 관심보다는 “과연 북미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화두로 삼았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양쪽은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였다. 대화 테이블에서 유리한 국면을 선점할 요량이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해 반발하자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전격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북한 측이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는 진정성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하루 만에 대화 모드로 전환했던 것이다. 한반도 문제와 직결돼 있으니 많은 국민이 관심 가질 만하다.  

이와 같이 북미회담 개최를 앞두고 그 성사가 오락가락하는 통에 한반도 정세가 거대한 블랙홀이 돼 지방선거 분위기가 빨려 들어갔고, 이와 함께 4.27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여당의 인기가 높은 국내정치의 양상이 지방선거 흥행 불발에 한몫하고 있다. 야당이 드루킹 특검 등으로 선거 붐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 처해져 있으니 정가에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나돌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공직선거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고, 이번 6.13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다, 그런 만큼 유권자들이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에 참여해 자신의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투표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9%가 6.13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투표 참여율은 이보다 더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지방자치가 실시돼 왔지만 완전한 지방분권의 시대가 열리지 않아 중앙에 비해 지방이 홀대받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 점을 내세우면서 이번 지방선거가 성숙한 민주주의에 맞는 지방화시대를 관철시키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데 일리가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공명정대(公明正大)함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인 바, 누구든지 신분,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철칙 중에서도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공정함을 더 잘 지켜내는 중추요, 상징이라는 뜻일 거다. 그래서 중앙선관위가 공명선거를 기치로 삼아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 홍보하고 있고, 여기에서 다른 건 몰라도 선거 기호(記號)의 사전 홍보 부분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6.13지방선거 예비후보자 가운데 군소정당과 무소속 출마자는 후보등록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선기기호를 알 수 있는데 비해 정당(국회의석 5석 이상)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이 1번, 자유한국당이 2번, 바른미래당이 3번, 민주평화당이 4번, 정의당 추천 후보자가 5번임을 일찍이 알 수 있다. 이들 정당 후보자들은 예비후보 기간 중에도 현수막 등에 자신의 기호를 유권자들에게 홍보했으니 기타 정당 후보자와 무소속 후보자보다 선거운동의 출발선 앞에서 먼저 달리는 꼴이니 형평성 문제가 따른다. 공정해야 할 선거에서 불공정한 요소라 하겠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7조 3항에서 ‘법 제150조(투표용지의 정당·후보자의 게재순위 등)의 규정에 따른 기호가 결정되기 전이라도 정당 또는 후보자(예비후보자 포함)가 자신의 기호를 알 수 있는 때에는 그 기호를 게재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비롯된 것인바, 선관위가 규칙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조항을 두었으니 이 어찌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겠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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