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완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인적 쇄신과 법원행정처 개편을 비롯한 제도·조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의 내용은 대다수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4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시민단체 고발사건 중앙지검 공공형사부 배당

현직 대법원장도 조사과정 위법 행위로 고발

전현직 대법원장, 검찰 조사 받는 상황 올 수도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사법부의 3차 자체조사가 형사고발은 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하지만 검찰에 관련 고발 사건이 이미 접수된 상태여서 수사가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에 관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보고하고, 광범위하게 법관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밝혀 달라”며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의혹과 관련된 다른 시민단체의 고발까지 포함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부장검사 김성훈)로 사건 배정이 끝난 상태다.

현직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 건도 검찰에 접수돼 있다. 사법부 자체 조사 과정에서 조사단이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했다며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원 추가조사위원 등을 비밀침해·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공공형사수사부가 담당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하면 전직은 물론 현직 대법원장이 수사 선상에 오르는 초유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천인공노 시민고발단’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천인공노 시민고발단’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9

조사단이 3차 조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검찰 입장에서도 수사 시기나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우선 사법부의 조사보고서를 넘겨 받아 심층검토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이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결론 낸 만큼 조사단의 보고서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조사단은 의혹 관련자들을 고발하지 않은 상태로 조사를 마무리해 법원 내부에서도 ‘셀프 조사’의 한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찰 피해자의 한 사람인 차성안(사법연수원 35기)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사단의 결론을 언급하며 “동료 판사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차 판사는 “(만약)행정부에서 이런 식의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직적 사찰행위가 일어나 직권남용 등 죄로 기소됐을 때 모두 무죄를 선고할 자신이 있느냐”라며 조사단의 결정에 쓴소리를 했다.

반면 조사단의 결론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법원 내부에선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사법부를 수사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의혹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긴다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데,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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