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한 시민이 1위에 진열된 태영호 전(前)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살펴보고 있다. ‘3층 서기실의 암호’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25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16~22일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발표한 5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에서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한 시민이 1위에 진열된 태영호 전(前)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살펴보고 있다. ‘3층 서기실의 암호’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25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16~22일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발표한 5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에서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6

태영호, 2016년 8월 가족과 남한으로 망명

“3층 서기실, 김일성·김정은 신격화 위한 곳”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올해 연초부터 남북관계는 수 없는 판 뒤집기를 이어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남북대화를 표명한 것을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선수단 공동입장, 남측예술단 방북, 지난 4월 ‘2018 남북 정상회담’까지 한반도에는 훈풍이 불었다.

그러나 한미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 훈련 등을 이유로 북한이 돌연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 통보를 하고,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게 바뀌었다.

그러던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고, 회담 결과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한반도는 말 그대로 격변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가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저자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그리고 기념회 이틀 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취소됐다.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방치해놓고 있다”며 저자를 지목하는 듯한 보도를 냈다. 태 전 공사는 누구이고, 책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북한이 이렇게 분노하는 것일까.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천지일보(뉴스천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저자인 태 전 공사는 북한 정권 최고위급 인사의 신분으로 2016년 8월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망명했고, 미국 CNN에 “나는 현대판 노예였다”며 “내 아들들은 나 같은 삶은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3층 서기실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밝힌다. 3층 서기실은 북한 주민들도 잘 모르는 조직이다. 지난 3월 5일 북한에 파견된 한국 대통령 특별사절단이 김정은 집무실과 3층 서기실이 있는 노동당 3층 청사에서 김정은과 만나면서 서기실의 존재가 알려졌다.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당 중앙 청사가 3층 규모인데, 이 청사에서 김정은의 사업을 가장 근접해서 보좌하는 부서를 3층 서기실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3층 서기실은 기본적으로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다. 저자는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 작업을 벌이면서 자신을 ‘모르는 것이 없고 모든 일에 통달한 지도자’로 부각시켰다”며 “수평적인 토의나 협의를 없애고 수직적인 사업 체계만 남겨두었다. 3층 서기실을 통해 모든 정보를 독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통일에 대한 신념과 북한 주민에 대한 애정으로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책은 “사람의 목숨이 노예주인 김정일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좌우됐다. 북한은 현대판 노예사회”라며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 주민을 노예사회에서 해방시키는 ‘노예해방 혁명’이다. 북한 주민에게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 통일”이라고 강조한다.

또 “통일의 주체를 북한 주민으로 보아야 한다”며 “북한 주민은 자체로 일어날 힘과 의식이 있고 이미 엄청난 정보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 내부의 변화는 이미 진행형이고 그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속도로 올 것인지가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인다.

‘3층 서기실의 암호’ 성별·연령별 판매비중. (제공: 교보문고)
‘3층 서기실의 암호’ 성별·연령별 판매비중. (제공: 교보문고)

책은 교보문고가 밝힌 5월 3주(5월 16~22일) 종합베스트셀러와 예스24가 공개한 5월 4주(5월 17~23일) 종합베스트셀러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자에 따르면 책은 SNS상에서 금서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면서 갑자기 젊은 독자층의 관심을 끌었으며, 평소 도서 구매가 미미했던 60대 이상 남성 독자들에게 특히나 인기였다. 예스24는 책 출간 3일 만에 약 3000부가 팔렸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차트 순위

1.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 지음 / 기파랑 펴냄)

2.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3.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4. 모든 순간이 너였다 (하태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5.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 민음사 펴냄)

6.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지음 / 가나출판사 펴냄)

7.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지음 / 마음의 숲 펴냄)

8. 유튜브의 신 (대도서관 지음 / 비즈니스북스 펴냄)

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현대문학 펴냄)

10. 언어의 온도 (이기주 지음 / 말글터 펴냄)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차트 순위

1.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 지음 / 기파랑 펴냄)

2.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3.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4. 2018 선재국어 SOS 서울시+지식형 강화 시험 (이선재 지음 / 에스티유니타스 펴냄)

5.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 민음사 펴냄)

6.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7.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팀 페리스 지음 / 토네이도 펴냄)

8.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지음 / 가나출판사 펴냄)

9.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지음 / 마음의숲 펴냄)

10.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 다산초당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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