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성에서 낙태금지 헌법조항 폐지 결정이 발표되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성에서 낙태금지 헌법조항 폐지 결정이 발표되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유권자 66% 조항 폐지에 찬성

임신 12주 내 낙태 허용 입법

[천지일보=이솜 기자]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를 규정한 헌법조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낙태 허용을 위한 헌법 개정 여부를 놓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66.4%, 반대표가 33.6%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전체 336만명의 아일랜드 유권자 중 64.1%가 참여했다.

이들은 예외 사항이 없이 낙태를 무조건 금지한 1983년 수정 헌법 제8조의 폐지 여부를 놓고 투표에 돌입했다.

이 조항은 임신부와 태아에게 동등한 생존권을 부여하고 있다. 낙태를 할 경우 최대 14년형에 처한다. 이후 아일랜드는 지난 2013년 낙태 완전 금지에서 임신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수정 헌법 발효 후 약 17만명의 임신부가 외국에서 원정 낙태를 한 것으로 추산됐다.

낙태 금지 헌법 조항 폐기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온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투표 결과가 사실상 낙태 허용 찬성 쪽으로 기울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아일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용한 혁명의 정점”이라며 “민주주의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권리행사”라고 밝혔다. 바라드카르 총리는 의사 출신으로서 지난해 총리 선출 당시 2018년 낙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약속했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당장 아일랜드에서 여성의 낙태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12~24주 사이에 태아가 기형이거나 임신부에 건강 또는 삶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조만간 하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중절 수술 전에는 사흘간 시간을 두고 재고할 수 있는 기간이 포함된다. 의료진의 개인적 신념 등과 배치될 경우 다른 의사에게 환자를 맡길 수 있다.

이번 국민투표로 아일랜드는 임신 12주 이내 본인의사에 따른 낙태를 허용하는 유럽국가에 동참하게 된다.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까지, 스웨덴은 18주까지, 네덜란드는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유럽국가 중 몰타는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폴란드와 키프로스에서는 산모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나 태아 기형, 성폭행, 근친상간 등에 한해서만 중절 수술이 가능하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하에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24주 후에는 산모의 건강, 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 사유만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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