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판문점 선언의 첫 이행으로 남북한이 동시에 최전방에 배치한 체제선전용 확성기를 제거했다. 또 북미회담이 삐걱거리자 26일 오후 남북정상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2차 회담을 갖는 등 4.27이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파격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판문점 선언 한 달, 여전히 북한군과 마주하는 최전방 부대에는 어떤 변화가 왔을까. ‘28사단-태풍부대’를 찾아 4.27선언 이후 부대 분위기와 휴전선 접경지역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사단의 한 장병이 최전방 지역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공: 28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사단 한 장병이 최전방 지역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공: 28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28사단, 휴전선까지 불과 800m

경기도 연천군 중면 ‘태풍전망대’

DMZ, 진초록 풍광 속 긴장감 여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저기 보세요. 북한군 1명이 초소 밖으로 나온 모습 보이시죠?”

25일 북한 지경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곳, 경기도 연천군 중면에 있는 ‘태풍전망대’에 오르니 확 트인 시야를 넘어 임진강과 북한 땅이 보였다.

전망대는 임진강 휴전선까지 불과 800m, 북한군 초소까지는 1600m 거리로 155마일 휴전선상 북한과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최전방 부대인 28사단(태풍부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곳은 비무장지대(DMZ)에 있어 우리 군과 UN의 허가 없이는 일반인과 취재진 등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또 사진, 영상 촬영 등은 철저히 제한됐다.

앞서 지난 4월 27일 남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비핵화를 논의하고 ‘판문점 선언’을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은 6.25전쟁과 이념 대립으로 왕래가 끊어졌던 남북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휴전선 인근에 설치된 대북확성기가 제거되면서 이곳 휴전선 접경지역은 DMZ의 진초록 풍경을 배경으로 고요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하지만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이곳의 자연 풍광은 과거의 아픔과 현장의 긴장감을 잊게 했다.

28사단 공보장교 장혜영 중위는 “28사단은 남·북한군 경계초소(GP)와 일반전초(GOP)의 경계부대”라며 “경계태세에 한 점의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27선언 이후 대북확성기를 철회했다는 점을 제외하곤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덧붙였다.

장 중위는 “판문점선언이 군의 기강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며 “항상 군은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강 너머로 북한군 경계초소(GP)가 여럿 위치한 모습도 보였다. 또 6.25전쟁 당시 휴전 결정을 앞두고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베티고지와 노리고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베티고지는 6·25전쟁 때 육군 제1사단 김만술 소대장이 34명의 소대원만 이끌고 중공군의 공격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노리고지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포탄으로 인근 산에서 흙더미가 흘러내려 반달 모양으로 변한 연못이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태풍전망대. (제공: 28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태풍전망대. (제공: 28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전망대 외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는 북한군 초소뿐 아니라 북한군과 주민들이 함께 영농을 하는 장소인 ‘오장동 농장’도 관측됐다. 오장동 농장은 북측 DMZ의 베티고지와 노리고지 사이 넓은 개활지에 1.2㎢(36만 3000평) 규모로 광활하게 조성돼 있고, 임진강 상류 북단과 접해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땐 이곳에서 북한군과 주민들이 매년 4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옥수수, 벼, 채소 등을 재배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해졌다.

한편 기자가 28사단을 찾은 날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 여파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장 중위는 “북미회담의 갑작스런 취소에도 우리 군의 임무는 달라질 것이 없다”며 “정상회담은 취소됐지만 휴전선 안보에 이상 없도록 군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