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소녀에서 위안부까지… 지금은 여성인권운동가가 된 그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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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

 

‘리멤버 허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출간

김복동, 이옥선 할머니 등 총 5명의 증언

할머니 목소리 ‘대화체’로 생생하게 담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평생 글을 써오던 제가 할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분, 한 분께 삶이 담긴 책을 만들어 드리는 일밖에 없더라고요.”

출판사 북코리아 대표이자 전기작가인 권주리애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간한 ‘리멤버 허(Remember Her, 그녀를 기억하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시리즈를 계획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나왔다. ‘리멤버 허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시리즈에는 ‘김복동(기부천사)’ ‘이옥선(만두 한 개)’ ‘이용수(아이 캔 스피크의 주인공)’ ‘강일출(영화 ‘귀향’의 모티브)’ ‘길원옥(다시 가지 못한 고향 평양)’ 등 총 다섯 명의 할머니의 증언을 담았다. 책은 피해자 할머니의 일상과 삶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책은 다섯 명의 피해자 할머니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책에서 이옥선(91) 할머니는 “누구하고 말할 사람도 없고 말 못하고, 이렇게 앉아서 죽어야 하는가”라면서 “그놈들이 우리 앞에 무릎 팍 꿇고 할머니! 우리가 강제로 끌고 갔고 끌어다 이렇게 했다고 솔직히 말하라는 거다. 자기네가 솔직하면 우리도 처리(용서)한다는 거지. 그걸 왜 몰라 이자는 우리는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야 다 90이 넘었어….”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와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 (제공: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와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 (제공: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김복동 할머니는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김 할머니는 “세상에 진절머리가 나. 음 그래도 다시 태어난다면 곱게 자라서 공부 많이 해 없는 사람 돕고 살며 이름을 날리고 싶지”라고 말해 모두의 마음을 시리게 한다.

책을 쓰기 전 권 대표는 주로 국회의원 자서전을 쓰는 전기작가로 활동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그는 우연히 집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기고글을 준비하던 중 집 근처에 있던 소녀상이 눈에 들어왔다”며 “소녀상을 취재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광주 나눔의 집에 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할머니들을 만나 한 분, 한 분 얘기를 듣게 됐다”며 “그때 할머니들의 귀중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하나씩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바로 작업에 돌입하진 못했다. 이후 2016년 그의 친한 지인 중 외국과 전국 각지에서 봉사 활동을 해오던 유민종 신한경매 이사의 아낌없는 후원을 받아 책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힐 때도 많았다. 그는 “고령의 할머니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거니와 취재를 허락해도 대다수 할머니가 이름과 얼굴 사진이 실리는 출판을 꺼렸다”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것도 거부하신 분도 계셨다”고 했다.

책은 권 대표가 할머니들과 1년여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자료, 증언집 등의 내용을 추가해 완성됐다. 권 대표는 “할머니들이 90대 이상의 초고령 이어서 과거를 세세하게 기억하기란 역부족이었다”며 “분량의 절반은 할머니의 사진과 연관되는 이미지로 구성했고, 주제 자체가 너무도 무겁기 때문에 일부러 전체적인 글의 톤을 밝게 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들과 인터뷰하기 위해 권 대표는 직접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먹고 자기도 했다. 그는 “강 할머니 같은 경우 정이 많으셔서 나눔의 집에 갈 때마다 자신의 방에 있는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주셨다”며 “할머니들과의 인터뷰는 나에게 매순간 ‘감동’이었다”고 표현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중 최근 발간한 ‘리멤버 허(Remember Her, 그녀를 기억하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시리즈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중 최근 발간한 ‘리멤버 허(Remember Her, 그녀를 기억하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시리즈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할머니들의 증언을 적으며 웃는 일도 많았지만 남몰래 눈물지을 때도 있었다. 권 대표는 “강 할머니께서 사진을 찍으라며 70년 전 칼에 맞은 상처를 보여줄 때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며 “취재하고 원고를 쓰는 기간에도 내가 마치 피해자가 된 듯한 악몽을 꾸거나 할머니들의 사연에 가슴이 아파 혼자 울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열린 행사에 참석해 김복동 할머니에게 책을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24일엔 광주 나눔의 집에 계신 강일출, 이옥선 할머니 등에게 직접 책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가 24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강일출 할머니에게 자신이 쓴 책 ‘강일출’을 전달하고 있다. (제공: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가 24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강일출 할머니에게 자신이 쓴 책 ‘강일출’을 전달하고 있다. (제공: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그는 “할머니들이 책을 받아보시고 너무 기뻐했다”며 “책을 받은 할머니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것을 보고 ‘이런 게 행복이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그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많은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권 대표는 “현재 생존해 계신 피해자 할머니가 몇 분 남지 않았다”며 “할머니가 더 돌아가시기 전에 이 같은 증언이 담긴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이 책을 읽고 국민들이 옛날 그 비극을 다시 느끼고 이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 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지금보다 더욱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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