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경제 성장과 규제 완화 및 소비자 보호법에 서명 후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경제 성장과 규제 완화 및 소비자 보호법에 서명 후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은 특유의 협상 전술일 수 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24일 분석했다.

더 힐은 ‘회담 취소에서 나타난 5가지 함의’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있을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하면서도 ‘김정은이 건설적 행동을 취한다면 기다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둔 데 주목하며 이같이 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더 힐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언급한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는’ 협상 전술을 직접 차용했다고 해석했다.

짐 인호프 상원의원(공화, 오클라호마)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힘든 협상(전술)과 북한에 대한 명확한 기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한 정권이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한 그들이 다시 테이블로 나올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봅 메넨데스 상원의원(뉴저지)은 “외교의 기술은 거래의 기술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비판했다.

더 힐은 중국과의 관계악화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두 번째 만난 후 태도가 급변한 점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태도 변화 배후에 시 주석과의 만남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 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소장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제재완화 카드 등 북한을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고 23일 밝혔다.

더힐은 또 회담 취소를 통해 백악관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파워가 확인됐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제의한 시점은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장관 재임 중으로, 새로운 강경파 참모들이 ‘리비아 모델’ 등을 거론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회담은 취소됐지만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기존의 생각을 바꾼 것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더힐은 전했다. 폼페이오는 김정은이 자신과의 두 차례 면담에서 미국의 명백한 입장을 이해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보는 비핵화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이를 깨닫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카지아니스 소장은 지적했다. 평소 ‘비핵화 간극설’을 강조해온 그는 미국과 북한 사이 간극은 수주 내 좁혀질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더 힐은 한편으로 이번 회담 취소로 양측의 긴장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점쳤다.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협상대표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는 “회담 취소로 세계가 덜 안전해졌다”면서 “다시 2017년 상태로 돌아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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