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다소 불투명해 보인다. 물론 역사적인 만남인 만큼 쉽게 취소되거나 연기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최근의 북미관계를 보면 마치 큰 협상을 앞두고 벌이는 일종의 ‘샅바싸움’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하고 돌발적이어서 자칫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16일 갑자기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하더니 한미 양국을 향해 비난 공세를 재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갑자기 변한 이유를 물을 정도였다. 이 문제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도 나왔다. 문 대통령의 중재로 오해가 다소 풀리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연기’와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 직후인 24일 북한 외무성에서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최선희 부상도 작심한 듯 강경 입장을 내놓았다. 최 부상은 “미국이 북한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북미정상회담을 재고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대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지만 뭔가 약간은 뒤틀리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흔히들 외교와 협상에 임할 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을 자주한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쉽지만 막상 구체적 협상에 들어가면 각 항목마다 상호간의 손익이 분명하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우며 바로 그 지점에서 협상이 깨질 수 있는 ‘악마’가 숨어 있다는 뜻이다. 지금 북미관계도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와 그 보상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작성되면서 각 항목마다 작은 악마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잘 관리하면 ‘힘겨루기’의 전형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파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건은 중재자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적대관계로 있었던 북미관계가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북핵폐기’라는 중차대한 과제까지 끌어안고 있다. 오해나 불신도 클 것이며 자존심과 국익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를 안정적으로 이어주고 신뢰관계로 끌어갈 수 있는 중재자 역할, 즉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관건이 아닐까 싶다. 북미관계는 곧 대한민국 외교의 외연이며 북핵문제는 곧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다. 어떤 수고가 있더라도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북핵폐기와 북한번영이 함께 이루어지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잠시 이상기류가 보이는 북미관계에 문 대통령의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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