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상하의 원활한 소통은 국가의 통치관리체계가 제대로 작용하기 위한 요인이다. 묵자는 상동을 실현하려면 완벽한 상하의 소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앙에는 천자와 삼공이 있고, 중앙정부 이하에는 크고 작은 제후국이 있다. 제후국에서는 군주, 장군, 대부 등 집권자들이 지방통치기구를 관장한다. 제후국 이하에는 고을이 있고, 고을에도 향장과 이장이 있다. 행정관료끼리도 상하소통의 통로가 있어야 한다. 묵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사정을 잘 알면 대치를 이를 수 있지만, 아랫사람의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대란을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랫사람들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상동으로 ‘정의’를 일치시키는 정치를 펼친 연후에 가능할 뿐이다.

묵자는 ‘득하지정’을 성공적 정치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생각했다. 상급자가 하급자의 사정을 이해하느냐의 여부가 정치적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뜻이다. 옛 성왕들은 모두 이러한 정치를 펼쳤으므로 당시 사람들은 모두 천자의 보고 듣는 능력이 신통하다고 칭송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모두 다투어 좋은 일을 하려고 했을 뿐, 절대로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치야말로 ‘대치’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묵자는 대치가 천자의 어떤 신통한 능력 덕분이라기보다 다른 사람의 귀와 눈으로 자신의 보고 듣는 능력을 강화하고, 다른 사람의 입으로 자기 말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다른 사람의 머리로 자기 사고력과 판단력을 향상시켰고, 다른 사람의 팔다리로 자기 행동력을 확대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천자의 정보력을 돕는 사람이 많으면 그의 식견이 확장되고, 천자의 말을 돕는 사람이 많으면 그의 따뜻한 목소리가 사방에 널리 펴질 수 있으며, 천자의 생각을 돕는 사람이 많으면 잘 수립된 계획을 신속히 시행할 수 있게 되고, 천자의 일을 돕는 사람이 많으면 천자의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묵자의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묵자가 열거한 이러한 과제를 의사소통, 정보전달,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고대 천자는 물론 현대의 정치지도자 또는 조직관리자는 모두 ‘상하통정(上下通情)’이라는 기제를 이용해 조직 내외부의 정보를 정확히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의사소통구조가 제대로 작동되면 보다 나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으며, 계획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도 있다. 묵자는 이러한 과정을 정보의 수집(視聽), 설득력(言談), 계획력(思想), 실행(行動) 등의 4단계로 구분했다. 소통은 하급자도 상급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상하의 소통이 가장 이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형태는 상급자가 은밀히 어떤 일을 펼쳐서 이익을 남기면, 하급자도 그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은밀한 관계를 통해 하급자는 상급자를 신뢰하고 복종한다. 이러한 소통구조는 어떤 조직에서도 필요하다. 이미 당시 행정관리기구와 상업조직은 여러 가지의 잘 발달된 정보소통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규정과 제도로 일정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하의 의사소통수단은 고도로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묵자는 소통시스템이야말로 통일된 시비의 기준이 없어서 발생하는 사회적 분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소통시스템은 전제권력이 사용하는 비밀특무조직과 밀고제도가 아니라 천하에 공개할 수 있을 정도의 공명정대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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