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영화] 티베트 성산까지 2500㎞… 그들은 왜 ‘오체투지’ 순례를 떠났을까
[영성영화] 티베트 성산까지 2500㎞… 그들은 왜 ‘오체투지’ 순례를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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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마 순례단의 막내 갸초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니이마 순례단의 막내 갸초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영화 ‘영혼의 순례길’ 개봉
 

대자연의 숨막히는 장엄함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
 

‘생로병사’와 함께 한 1년여

꾸밈없는 영상 오히려 ‘눈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어머니가 삼십대에 돌아가셨어. 조카 셋을 건사하느라 삼촌은 결혼도 안하셨지. 평소에 열심히 기도하고 마을 사람들 누구와도 말싸움 한 번 한 적이 없어. 삼촌께 감사한 마음으로 이렇게 라싸까지 또 수미산까지 모셔왔는데 성산 산기슭에서 돌아가시다니, 삼촌은 복을 받으신 거야.”

티베트 작은 마을에 사는 니이마. 그는 여느 티베트인들과 마찬가지로 ‘신들의 땅’이라 불리는 성지 라싸와 성산 카일라스산으로 순례를 떠나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성산으로 불리는 눈 덮인 카일로스산에 니이마 순례단이 오체투지를 하면서 오르고 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성산으로 불리는 눈 덮인 카일로스산에 니이마 순례단이 오체투지를 하면서 오르고 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 티베트인의 성지 ‘라싸’로 순례

그는 고아가 된 자신과 형제들을 거두기 위해 일평생을 바친 삼촌 양페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 위해 순례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성지 순례를 좋게 여기는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 동참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 어느덧 순례단은 어린이에서 청년, 임신부, 백정, 노인에 이르기까지 무려 11명으로 불어났다. 성별과 연령이 다양한 니이마의 순례단은 마치 작은 유목민 마을이 통째로 이동하는 듯 한 인상을 스크린에 남겼다. 그렇게 순례단은 1년에 걸친 약 2500㎞에 달하는 거리를 향해 오체투지 즉,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순례단은 여비 마련을 위해 순례 중 노동을 하는 등 고행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적지인 라싸와 카일라스산을 가고자 했다. ‘라싸’는 티베트 남부, 브라마푸트라강의 상류인 야루짱부강의 지류 라싸강이 이루는 넓은 곡저평야에 있다. 해발고도는 3600m에 달하고, 내륙부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연평균기온 8.3℃, 최한월인 1월 평균기온은 영하 1.7℃, 최난월인 6월 평균기온 16.7℃를 보인다. 혹한과 혹서가 없다. 연강수량은 400mm에 불과하나 강수가 거의 여름에 집중해 티베트에서는 비교적 농업에 적합한 곳이다.

‘라싸’는 티베트어로 ‘신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다. 명(明)나라 말 이후 라마교 황모파(黃帽派) 최고위자인 달라이라마의 본거지가 됐으며, 그 밑에 티베트 지방정부가 세워졌다. 정교일치 체제는 1959년 3월 제14대 달라이라마가 중국군에 쫓겨 인도로 망명하기까지 지속됐다. 달라이라마의 겨울궁전인 포탈라궁이 있다.

성산으로 여겨지는 카일라스 산은 불교, 힌두교, 자이냐교와 티베트의 토착 종교의 본교를 모두 경배하는 곳이다.
 

니이마 순례단이 만들어진 계기를 제공한 니이마의 삼촌 양페이가 손에 마니차를 들고 순례단을 앞서 인도하고 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니이마 순례단이 만들어진 계기를 제공한 니이마의 삼촌 양페이가 손에 마니차를 들고 순례단을 앞서 인도하고 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경쾌한 시작… 무거워지는 발걸음

이들의 순례는 나무판을 손에 끼우고 야크 가죽으로 만든 앞치마를 두른 채 시작됐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 이마를 땅에 대고 손바닥은 하늘로 향했다.

‘탁. 탁. 탁.’

‘탁… 탁… 탁.’

손에 끼운 나무판은 머리 위, 머리, 가슴으로 내려오며 세 번을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나무판이 부딪히는 동안 발은 부지런히 걸음을 했다. 이들의 삼보일배는 발걸음 3보를 의미하기보다 이 나무판의 부딪히는 소리 3번 당 1번의 절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시작할 때의 경쾌한 걸음은 시간이 흐르고 날씨가 변화함에 따라 무거워졌다.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낸 각종 차들이 그들의 옆을 쏜살 같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들의 순례는 문명이 만들어낸 도구가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과 세계 모든 사람의 영혼이 담긴 순례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육체적 고통을 극복하고 지친 영혼을 달래며 평안을 기도하는 험난하고 숭고한 긴 여정을 그렇게 이어갔다.

1년여에 걸친 순례기간 중 아이가 태어났고, 다치고 아픈 사람이 발생했으며, 병에 걸려 죽는 이까지 발생했다. 니이마 순례단의 순례길은 생로병사로 이뤄진 인간사의 집약형인 셈이다. 이들은 이 생로병사를 해탈하기 위해 깨달음의 성산을 향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답을 찾았을까.

1년여 기간 숙식할 천막과 살림이 들어 있는 수례를 이끌어주던 차가 사고로 망가지자 순례단은 수레를 손수 이끌고 산을 넘고 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1년여 기간 숙식할 천막과 살림이 들어 있는 수례를 이끌어주던 차가 사고로 망가지자 순례단은 수레를 손수 이끌고 산을 넘고 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기교 없이 담아낸 ‘생’ 다큐멘터리

24일 개봉한 ‘영혼의 순례길’에 등장하는 순례단의 모습이다. 중국 6세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장양 감독은 연출, 각본, 제작을 모두 도맡아 티베트와 중국 운남 지방에서 약 1년 동안 2500km의 순례길을 별다른 기교 없이 담담하게 담아내며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웰메이드 힐링 무비를 탄생시켰다.

영상미를 완성시킨 것은 배우의 연기도, 화려한 연출도 아니었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티베트의 사계절은 대자연의 아름답고 장엄한 영상미로 감동을 만들어냈다.

토론토, 부산,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이목을 집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흥행 수익 1억 위안을 돌파하며 중국 역대 다큐멘터리 영화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최고의 화제작이다.

118분에 걸친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큰 기교 없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어졌다.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그러나 계절마다 바뀌는 장엄한 대자연 앞에 가장 낮은 자세로 다가가는 꾸밈없는 인간의 모습은 숨죽여 바라보게 만들었다.

티베트인들은 손에 나무대를 하고 오체투지를 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티베트인들은 손에 나무대를 하고 오체투지를 했다.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왜 ‘오체투지’라 하나

영화에는 불교의 수행법인 삼보일배가 등장한다. 몸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게 하는 수행 방법 때문에 ‘오체투지’라고도 불린다.

고대 인도에서 행하여지던 예법 가운데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했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불·법·승 삼보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수행방법이다.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었다.

1보에 부처님께 귀의하고, 2보에 법(가르침·진리)에 귀의하고, 3보에 스님들께 귀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1보에 이기심과 탐욕을 멸하고, 2보에 속세에 더럽혀진 진심(塵心)을 멸하고, 3보에 치심(恥心)을 멸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결국 자신이 지은 모든 나쁜 업을 뉘우치고, 깨달음을 얻어 모든 생명을 돕겠다는 서원을 하는 것이 삼보일배 수행법이다.

니이마 순례단이 순례 중 머물렀던 광야.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니이마 순례단이 순례 중 머물렀던 광야. 영화 ‘영혼의 순례길’ 스틸컷 (제공: 영화사 오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생소한 티베트 ‘종교·생활’ 문화

영화에서는 다소 생소한 티베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보리를 볶아서 돌절구에 찧어 가루로 만들어 그릇에 넣고 손으로 뭉쳐서 먹는 ‘참파’는 티베트인의 일상 음식이다. 고산 지역에 사는 유목민이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을 공급해주는 차도 빠질 수 없다. 야크 가죽 옷 등에서도 유목민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비쳐진다.

티베트인의 하루는 항상 경전을 외는 기도로 마무리가 된다.

이 영화에서는 티베트 불교에서 빠질 수 없는 불교 의례 도구인 ‘마니차’도 등장한다.

일평생 순례를 소망했던 니이마의 삼촌 양페이는 죽을 때까지도 마니차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마니차는 경전이 들어 있거나 경전을 새긴 통을 가리키는데, 티베트인들은 손에 항상 작은 마니차를 들고 다닌다. 이들은 마니차를 한 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는 믿음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마니차를 돌린다. 티베트에 가면 엄청난 크기의 마니차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이 마니차가 돌아가면 전 세계로 경전의 기운이 퍼져 평화가 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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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인복 2018-05-24 22:41:29
그러게요 왜 힘든 순례를 떠났을까요? 그만큼 간절한 무엇인가라도 있는걸까요? 신앙이라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