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학교 일부 학생들이 지난 17일 채플시간에 동성애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두르고, 깃발색의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장신대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출처: 장로교신학대 서모씨 페이스북 캡쳐)
장신대학교 일부 학생들이 지난 17일 채플시간에 동성애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두르고, 깃발색의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장신대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출처: 장로교신학대 서모씨 페이스북 캡쳐)

장신대, 채플 무지개깃발 퍼포먼스 ‘교칙·총회법’ 위반 조사
학생들 “학칙에 동성애금지 없어… 양심 탄압하는 조치” 반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 대구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열리는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구퀴어문화축제(6월 23일), 서울퀴어문화축제(7월 14~15일) 등이 각 지역 도심에서 열린다. 이에 반동성애단체와 보수 개신교계가 맞불 집회를 예고해 행사 당일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 산하의 교육기관인 장신대학교에서 동성애 논란이 일어 시끄럽다. 예비 목회자인 신학생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성소수자들을 옹호하고 지지의사를 표현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장신대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파문이 커지가 장신대 측은 바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인 지난 17일 장신대학교 채플시간에 일부 학생들이 동성애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두르고, 깃발색의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린 모습을 SNS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장신대는 이후 학교 홈페이지에 “동성애 상징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은 행위와 더 나아가 그 사진을 SNS상에 올려 퍼트린 행위에 대해 교칙과 총회 법에 따라 관련 학생들을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며 “학교와 교계에 매우 중대차한 문제이기에 정확한 조사와 신속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채플에 참여한 학생들은 반발하며 지난 21일 페이스북 등에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었고, 피켓을 들지도 않았다. 무지개 옷을 맞춰 입고 조용히 예배를 드렸다. 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기념해 그 뜻에 함께 하겠다는 표현이었다”고 했다. 이어 “장신대가 속한 예장통합 총회헌법은 교회 직원과 신학대 교직원에 대한 징계규정만 있지 신학대학생 징계 규정은 없다”며 “학칙에도 동성애에 관한 의사표현을 금지하는 규칙이 없다. 이를 문제삼는 것은 양심에 대한 탄압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혐오와 배제로 성소수자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는 이들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차별없는 사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밝혀, 학교 측의 진상조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정기총회에서 교단 산하 7개 신학교 규정과 관련 ‘동성애자 및 동성애 옹호론자의 신학대 입학 금지안’을 통과시켰다. 또 ‘동성애를 옹호하고 가르치는 교직원은 총회 결의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조처한다’는 것도 결의했다.

개신교 내에선 동성애에 대한 찬반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보수 연합기관과 보수 교단은 전대 불가 입장을 보인다. 반면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은 성소수자들을 포용하는 입장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교목실장 정종훈 교수(기독교교육학)는 한국교회가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이들 모두를 동일한 시각으로 보고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정 교수는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있는 그대로 보는 세상’이란 제목으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나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우리 기독교인들 각자의 입장이 어떠하든지,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경에서 금하는 범죄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한국교회는 다른 죄의 항목들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하지만, 오로지 동성애자들에 대해서만은 마녀사냥 하듯이 문제를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이 같은 목소리에도 뾰쪽한 해법을 제시 못하는 한국교회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동성애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교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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