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대통령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석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개헌안 투표를 진행하더라도 야당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 192명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 ‘투표 불성립’으로 개표가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대통령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석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개헌안 투표를 진행하더라도 야당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 192명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 ‘투표 불성립’으로 개표가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야당 외면 속 의결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선언… 사실상 부결
정세균 “개헌 불씨는 안 꺼졌다”
6월 내 국회 단일안 발의 촉구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독주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열차가 결국 멈춰섰다.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개헌안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외면 속에 의결정족수 192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끝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3월 26일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은 60일 만에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대통령 개헌안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요구하는 주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대통령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힘을 실었고, 6월 개헌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국당 의석만으로도 개헌 저지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정부여당이 야당을 압박하며 대통령 개헌안 관철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예고된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통령 개헌안 처리 시한인 이날 본회의를 열고 개헌안을 상정했다.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표결 결과 투표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114명으로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192명)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야당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불참한 것이다. 앞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의 원활한 개헌 논의를 위해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자진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표결 강행 시엔 불참하겠다는 방침이었다.

2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2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정 의장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개표가 무의미한 만큼 개표를 진행하지 않고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정 의장은 표결 불성립 선언 직후 발언에서 “30여년 만에 추진된 개헌이 불성립으로 이어지게 된 점에 대단히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개헌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새 헌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대통령 개헌안은 사실상 부결로 매듭지어졌지만, 국회발 개헌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가 여야 합의로 헌법 개정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의원 여러분께 당부한다. 6월 안에 국회 개헌 단일안을 발의하길 바란다. 개헌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개헌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당청이 추진했던 6.13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 실시는 ‘국민투표법’ 개정 불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개헌안 철회 여부를 밝히지 않아 이날 국회 의결이 이뤄진 것이다.

표결 절차를 통해 ‘투표 불성립’이 선언된 만큼 이 안건은 향후 계류 혹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되고, 실효성은 사라진다. 의결정족수 미달 시 의장이 개표를 진행하지 않고 투표 불성립을 선언할 수 있는데, 헌법은 개헌안에 대해 ‘60일 이내 의결’을 규정하고 있어 추후 다시 표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대통령 개헌안 표결 결과를 발표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야당이 대부분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대통령 개헌안 표결 결과 의결정족수 192석에 한참 미달하는 114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개표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대통령 개헌안은 사실상 부결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대통령 개헌안 표결 결과를 발표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야당이 대부분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대통령 개헌안 표결 결과 의결정족수 192석에 한참 미달하는 114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개표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대통령 개헌안은 사실상 부결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되면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개헌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데는 정치권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국회 개헌 논의가 다시 탄력을 붙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6월 개헌이 무산된 상황에서 향후 개헌 성사 가능성을 두고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개헌안을 강하게 반대했던 한국당은 ‘6월 여야 합의 개헌안 마련, 9월 개헌 국민투표’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현행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 방안이 담긴 국회 개헌 논의를 6월 지방선거와 상관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도 국회 개헌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 내에선 올해 내 개헌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6월 개헌과 대통령 개헌안 처리가 무산된 마당에 지방선거 이후 개헌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난관은 투표율 확보 문제다. 개헌 국민투표를 별도로 시행하는 데 따른 1227억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산)의 투표 비용도 문제지만, 국민투표 관철에 필요한 국민투표율 50% 달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투표 참여율이 50% 미만이면 개헌안은 부결된다. 이처럼 비용과 투표율 확보 등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6월 지방선거 이후 전국단위 선거인 2020년 총선 때나 개헌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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