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신과 진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 자의입원↑·타의입원↓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1개월 내 입원·입소의 적합 여부 심사가 의무화된다. 인권침해 논란을 해소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해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오는 30일부터 비(非)자의 입원·입소에 대한 입원적합성심사를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비자의입원·입소 환자의 절차적 권리 보호를 위해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새로 도입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오는 30일부터 본 사업으로 시행된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권역별로 5개 국립정신병원 내에 설치(총 12개 위원회, 58개 소위원회 운영)되며, 신규 비자의입원·입소 환자에 대해 1개월 내 입원·입소의 적합 여부를 심사한다.

또한 환자가 신청하거나 위원장의 직권을 통해 국립정신병원 소속 조사원이 환자를 방문, 진술의 기회를 제공한다. 복지부는 연간 약 4만여건의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개 국립정신병원에 총 49명의 운영인력(행정인력·조사원)을 확보했다.

더불어 총 276명의 위원 위촉을 완료하고 정신의료기관·시설 대상 권역별 간담회와 실무자 대상 시스템 교육을 실시해 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복지부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시행에 따라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언급된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사기구에 의한 실질적인 심사와 대면조사를 통한 환자 진술 기회 등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환자와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에 따른 ‘동의입원’ 유형을 신설해 환자의 의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조화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는 기본적으로 자의로 입·퇴원한다. 하지만 보호의무자 동의 없이 퇴원을 신청할 때, 치료와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전문의가 판단하는 경우 72시간 동안 퇴원을 제한하고, 비자의 입원(보호·행정입원)으로 전환하게 된다.

복지부의 비자의 입·퇴원 절차 개선에 따라, 법 시행 이후 비자의 입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입원 환자 수는 다소 감소했다.

법 시행 후인 지난 4월 23일 기준 비자의 입원 유형(보호·행정입원) 비율은 37.1%으로, 2016년 12월 31일 기준 61.6%와 비교해 24.5%p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 시행 이후 자의입원을 포함한 전체 입원 환자 수는 2016년 말 대비 현재 3.8%(2639명) 감소했다.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수는 2016년 12월 31일 기준 6만 9162명에서 지난 4월 23일 기준 6만 6523명으로 줄었다.

비자의입원 유형 중 행정입원(시·군·구청장에 의한 입원) 환자의 비율은 2016년 말 0.2%(94건)에서 10.4%(2560건)으로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인권 보호에 유리한 형태의 비자의입원이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는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치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결정해 자의입원으로 전환함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권 전문위원인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제철웅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치료와 서비스의 주체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며 “입·퇴원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공고하게 보호되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체 비자의입원의 추가진단 중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진단률이 높지 않아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는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할 과제로 나타났다.

비자의 입원 추가진단 건수 중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진단이 32.7%였고, 우리나라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은 전체 정신의료기관의 3.7%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이철 센터장은 “법 개정으로 치료의 필요성과 환자의 인권 보호가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 중에 있다”며 “정신과 진료에 있어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통해 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치료 순응도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신보건 정책에서 국·공립 병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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