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김해=김태현 기자]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인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3
[천지일보 김해=김태현 기자]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인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3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23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민주당이 정권 교체 후 두 번째 맞이하는 이날 추도식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남북 평화무드’ 가운데 열려 의미를 더했다. 그러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엄수되는 그 시각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면서 묘한 대비를 이뤘다.

♦ “이 비겁한 교훈을 청산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9주기에 이목이 쏠린 만큼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이 회자되기도 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지지율 역전 드라마를 쓴 데에는 노 전 대통령의 감동적인 연설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 후보 출마연설에서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이제 비로서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연설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노 전 대통령은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였다”라고 말했다.

또 이어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의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고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외친바 있다.

♦“이의 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노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노 대통령 퇴임 후 어느 날 제게 이런 말씀을 했다. ‘부산 경남에서 10명의 국회의원만 나와도 지역주의가 해소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젊은 후보의 연설장에 찾아가 경청하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정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청와대 집무실을 향하던 모습을 언급하며 “당신의 당당했던 걸음을 기억한다”며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희망의 미소였고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이의 있습니다!’ 외치던 당신의 불끈 쥔 주먹을 기억한다”며 “이 땅의 민주주의 발전과 지긋지긋한 지역주의의 덫을 걷어내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고 평가했다.

♦“기득권 지킬 때는 상부상조”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이날 추도식에서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위해 적폐 청산을 하자면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는 데 일조한 것은 위선이라는 것이다.

심 의원은 이날 출연한 라디오에서 “투표하기 전에는 한국당에서도 체포동의안을 찬성하는 의원들이 몇 명은 나오지 않겠냐 그랬는데 거꾸로 된 상황이 됐다”면서 “평상시에는 소모적으로 마치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대결 정치를 벌이다가 자신들 기득권을 지킬 때는 상부상조하는 전통이 촛불 이후에도 계속 답습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 같은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답했다. 추 대표는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도 “당의 기강과 규율을 보다 강고하게 잡고 국민 여러분 앞에 더 이상 부끄러움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가겠다”고 전했다.

♦“다시 머리가 났다… 용기 잃지 마시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추도식에서 또 한번 ‘머리카락’을 언급했다. 지난해 추도식에서 탈모를 고백했던 그가 이날은 “다시 머리가 났다”고 해 참석자들을 또 한번 웃게 했다.

건호씨는 추도식에서 유족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지난 1년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고 운을 뗀 그는 “다사다난했다. 먼저 머리가 다시 났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게 했다. 노씨는 이어 “혹시라도 약간은 울적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삼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다시 올린다”며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했다.

한편 노씨는 지난해 8주기 추도식에서 삭발을 한 채 나타나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최근 심하게 탈모 현상이 일어났는데 탈모반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군데라 (머리를 미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하며 “전국의 탈모인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와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스는 형님 것”

111억원의 뇌물수수 및 349억원의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첫 재판에서 “다스는 형님(이상은씨) 회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재임 중의 경험을 전수하거나 봉사,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자신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을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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