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진행된 ‘검은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우리는 인구조절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낙태죄 폐지’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
2일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진행된 ‘검은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우리는 인구조절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낙태죄 폐지’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

24일 낙태 처벌 관련 첫 공개변론 예정

“낙태 줄이는 역할보다 보복 등 악용 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여성가족부(여가부)가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처벌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24일 낙태 처벌에 대한 첫 공개변론이 예정된 가운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3월 30일 헌법재판소에 “여성의 기본권 중 특히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여가부는 의견서에서 “헌법과 국제규약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은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이 규정하는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적절한 수단인지, 법익의 균형을 넘어 여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먼저 여가부는 현행 낙태죄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낙태죄는 낙태 건수를 줄이는 역할보다는 남성에 의한 협박 또는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하는 과정에서 배우자의 동의 없이 낙태를 했다가 남편이 부인과 의사를 낙태죄로 고발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는 등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상의 낙태죄의 처벌은 낙태한 여성이나 이를 도운 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에 한정되고 낙태 시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로 돼 있다.

또 “낙태에 대해 예외 사유를 두지 않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벗어난다”며 “임신 지속이 모체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더라도 배우자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임신 24주 이내라는 주수 제한을 두는 등 여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낙태시술을 한 의료인을 비의료인보다 엄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부분도 지적했다. 여가부는 “여성이 의사에 의한 안전한 임신중절수술을 받는 것을 어렵게 함으로써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강간, 근친상간, 임산부의 생명 혹은 건강의 위협, 심각한 태아 손상의 경우 낙태를 합법화하고 모든 여타의 경우에도 낙태를 비범죄화해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 조치를 없애도록 요청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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