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투표권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따라야 한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투표권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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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2014년 헌법재판소는 “19세 미만인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거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선거연령 제한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헌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행 만19세인 선거연령을 만18세로 내리자는 움직임이 다시 활발하게 일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의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개헌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최근 한국청소년재단이 263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청소년의 85.5%가 ‘정치적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연령 만18세 인하를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OECD 34개국 가운데 투표권을 만19세 이상에게만 주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전 세계 232개국 중 215개국에서 투표권을 만18세로 정하고 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는 16세부터 투표가 가능하다. 2016년부터 투표권을 만18세로 낮춘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에서는 18세의 어린 유권자들이 기성세대에게 느낀 실망감과 분노를 표로 표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성세대가 긴장하며 투표권을 낮추려고 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만13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교육감의 교육정책의 수해자도 피해자도 학생이기 때문에 일견 타당한 발상이다. 학생에게 투표권을 줘야 학생을 위한 공약이 나올 것이고 다양한 청소년 정책이 개발될 수 있다. 교육감 선거니 직접적인 수혜자인 학생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사리분별력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휴대폰 압수금지, 소지품 검사 금지, 야자 폐지, 머리 염색 자유화, 수업시간 단축 등 청소년을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 할 것이고 통제 받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몰표를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선거연령을 하향 조정했을 때 문제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념 편중이 비교적 심한 국내 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와 교실이 정치판으로 바뀔 수 있다. 대부분 교사는 수업시간에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지만 수업에 정치적인 논리를 결부시키는 전교조 교사에 의해 학교가 정치화 될 가능성이 많다. 교실 내에서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하며 패가 갈라져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거철이 겹치는 고등학교 3학년의 학력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립학교의 경우 이사장의 영향력으로 선거에 학생을 이용하며 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SNS상의 무분별한 정보, 검증되지 않은 영상을 통해 얻은 단편적인 지식만 가득한 청소년들이 성인에 비해 선동 당할 확률이 크다. 청소년이 아무리 똑똑해도 그건 지식이 많다는 이야기지 지혜가 많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혜는 연륜과 경험에서 나온다.

반면 장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만18세면 운전면허도 딸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고, 군대도 갈 수 있는데 유달리 투표만 못 하도록 제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청소년도 시민이고 시민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삶과 여러 상황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있다. 자신만의 입장과 생각이 있고, 자기 삶에 대한 고민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참정권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번 촛불 집회 때도 많은 청소년이 참여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충분히 피력하며 성인 못지않은 정치 성숙도를 보여주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지는 않는다.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책임지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게 해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야 한다.

선거연령을 낮추면서 소년법 같이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법도 개정이 필요하다. 투표권 같은 중요한 권리를 가지려면 성인하고 책임도 동등하게 지는 것부터 출발해야 옳다. 투표권은 사회적인 의무를 갖는 자에게 권리로 주는 것이 맞다. 그래야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를 책임 있게 권리 행사를 할 것이다.

“청소년과 관련한 정책은 모두 어른이 만든 거예요. 청소년은 그 정책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어떠한 의견조차 내지 못했죠. 참정권은 성숙함과 미성숙함의 척도가 아닌 그냥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기본권입니다”라는 청소년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학입시에 매진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현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하면 학력저하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고민은 어른이 할 게 아니다. 학생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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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 2018-05-23 08:14:47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