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33년 바이마르 공화국의 새로운 총리가 선출됐을 때 사람들은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만은 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임 총리는 권력을 장악하는 동시에 법을 바꿨고, 대통령이 죽자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가 겸하는 법을 통과시켜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평가받는 아돌프 히틀러의 얘기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게 된 지도자가 시민들을 배신한 건 비단 히틀러 때의 일만은 아니다. 저자는 프랑스 격언 ‘개와 늑대의 시간’을 빌어 선거를 설명한다. 빛과 어둠이 혼재된 황혼의 시간, 저 멀리서 다가오는 털북숭이가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렵듯이 선거 후보들이 우리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갈 사람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개와 늑대들의 시간에서 개를 선택하는 데 성공한 소수의 사례와 늑대를 선택한 다수의 역사를 아울러 소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필요한지 의문을 품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거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선거를 통해 역사를 긍정적으로 바꿀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함규진 지음 / 추수밭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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